[노동시장 개혁]“오전 잠깐 조선소 길 청소하고 연봉 1억”
2015-09-14 00:01
현대重 직원간 임금 갈등 심각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조선업계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위주의 연봉제를 도입했다.
회사 창립 42년 만이다. 타 업종의 기업들이 일찌감치 연봉제를 도입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늦은 편이다. 수주를 해야 일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업종이라는 점에서 근속 연수에 따라 일정 수준 임금이 정례적으로 오르는 호봉제가 더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설립 초기, 이어진 성장기 시절, 호봉제는 노사간 갈등을 최소화하는데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안정적인 성장에 기여했던 호봉제가 노사간 갈등을 부추기는 핵심요인으로 바뀌었다.
노동조합측은 호봉제에서 연봉제로의 전환은 사측이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성과를 내세워 조합원들간 차별을 공식화하기 위해, 전체적으로는 임금 상승을 막기 위해 마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노조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감을 정당화하기 위해 부르짓는 메아리 없는 외침이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대규모 제조업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사 갈등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노노 갈등이 더 심각하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세대간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서 말하는 세대간 갈등은 나이가 아닌 회사 근속연수를 말한다. 회사 설립 초창기인 1970년대 당시 10대 또는 20대 초반에 입사해 40년 가까이 근무한 장기 근속자들과 대학교 및 대학원을 졸업한 뒤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에 입사해 나이는 많지만 근속연수가 짧은 직원들간 갈등을 말한다. 전자에 해당하는 ‘선배’들이 후배들에 비해 많은 연봉을 받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다. 당연히 회사에 대한 희생과 기여도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차이가 어떻게 해도 메울 수 없는 젊은 직원들이 꿈에도 못 꾸는 수준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조선업계의 한 젊은 직원은 “나이 많은 선배 직원들 가운데에는 승진심사에서 밀려 보직을 받지 못한채 그냥 회사에 출근만 하는 분들이 많다. 이들이 회사에 출근해 하는 일은 조선소 길을 청소하는 것이다. 그것도 출근 후 오전만 잠깐이다. 이들이 받는 연봉이 1억원에 가깝고, 보너스에 인센티브까지 받는다고 한다”면서 “반면 나이를 먹고 입사한 신입직원들의 연봉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더군다나 우리는 지금부터 정년까지 일해도 20년 근속을 채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그들의 고임금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가 희생한다는 피해의식을 지울 수 없다. 노조는 이런 문제를 충분히 알고 있지만 선배들의 지지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선배들의 입장도 팽팽하다. 조선업체에서 인사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은 “임금에 대한 젊은 직원들의 불만이 크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도 무조건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조선업체 기능사들은 정규직 취업조건으로 1년 이상 협력업체 근무를 명시하고 있다. 협력업체도 호봉제를 적용한 기업들이 많은데 그곳 근속연수가 많으면 조선소 입사 때에는 경력을 모두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연봉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면접 때는 이를 감내하겠다고 하고 관련 서류에서 서명을 한다. 그랬던 직원들이 입사 후에는 10대, 20대 때부터 근무한 장기 근속자에 비해 차별한다며 인상을 주장한다”고 하소연했다.
임금 격차의 심각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봉제 도입, 통상임금, 임금피크제 등의 도입이 시급하다. 그런데, 노조는 조합원들을 부추겨 총파업 등 실력행사만 벌이고 있다. 젊은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충족시켜 주고, 장기근속 직원들의 자리보전 욕망의 해결책을 사측의 문제로 전가하고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