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매물 품귀에 전세거래 '뚝'…강남 재건축이주 전셋값 폭등 '뇌관'

2015-09-07 16:54
이달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 전년비 크게 줄어…전세수급 불균형 장기화 영향
강남은 대규모 재건축단지 이주시기 코 앞…10일 서울 주택정책심의위원회 결과 '촉각'

서울 전세시장에 수급불균형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소재 3800가구 규모 SK북한산시티 아파트에도 전세물건은 5~6개 남짓에 불과하다. [사진=서동욱 기자]


아주경제 강영관, 김종호, 서동욱 기자 = "전세가 하도 귀해서 물건이 나와도 중개업소끼리 공유도 하지 않아요. 공유해줄땐 중계료를 반으로 나눠갖자고 하기도 해요. 아주 '박'터지는 거죠." (강북구 미아동 L중개업소 관계자)

"이주시기를 앞두고 전세, 매매 모두 숨죽인 상황입니다. 서울시의 재건축 이주시기 조정 여부를 기다리는 건데, 이주에 나선다면 주변 강남에 이만한 전셋값이 없으니 강북이나 수도권으로 넘어가겠죠." (강남구 개포동 G중개업소 관계자)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난이 심화할 조짐이다. 이주 수요는 많은데 매물이 없어 거래량은 8월 비수기보다 줄고, 잠시 주춤했던 전셋값 상승폭이 다시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강남 재건축 이주가 본격화 할 경우 전셋값 폭등에 따른 서민들의 주거불안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7일 오전 찾은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단지내 상가의 공인중개업소. 대체적으로 한가한 가운데 가끔씩 울리는 전화벨 소리도 전세물건 여부를 묻는 주변 중개업소 직원들의 문의다.

미아동 L중개업소 관계자는 "2년 전에 2억5000만원에 계약했던 전용 84㎡ 아파트가 올해 3억1000만원에 나왔다"며 "이마저도 기존 세입자가 재계약을 맺는 통에 금방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7일까지 집계된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는 총 1477건으로 일평균 211건이 거래되는 데 그쳤다. 이는 총 1만611건이 거래돼 일평균 거래량이 354건이 달했던 지난해 9월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현장에서 말하는 전세거래 감소의 주된 이유는 역시 공급 부족이다. 강북구 미아동 소재 SK북한산시티의 경우 3830가구 규모 대단지임에도 전세물건은 5~6개 남짓에 불과하다. 인근 1800가구 규모 벽산라이브파크와 1900가구 규모의 정릉풍림아이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근 R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약한 순서에 따라 전세가 나오는 대로 연락을 주지만 적당한 가격과 크기의 매물을 찾아주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며 "대체 주택과 같은 대안이 없는 이상 전세품귀현상은 계속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강남 대규모 개건축 단지들이 철거를 앞두고 본격 이주를 채비하고 있어 전셋값 상승 압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서 이주가 임박한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 단계의 단지는 총 17개 단지에 2만여 가구에 이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첫째 주(1~7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0.25%) 대비 0.01%포인트 오른 0.26% 상승을 기록했다. 2주 연속 상승폭이 줄다 이사철 수요와 재건축 이주수요가 겹치면서 다시 증가세로 반전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재건축 단지들의 이주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당장 오는 10일 주택정책심의회를 열고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1160가구)와 개포시영(1970가구), 강동구 고덕주공3단지(2580가구) 등에 대한 이주시기를 결정하는 논의를 진행한다.

이들 단지들은 모두 관리처분인가 직전으로 조합들은 당초 인가 직후 이주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럴 경우 5710가구의 이주 수요가 일시에 몰려 전셋값 폭등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팀장은 "재건축 이주는 전세난을 촉발하는 원인 중 하나로, 이를 조정한다고 해도 전세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며 "특히 재건축 사업장 측에서 반대가 심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0일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 3단지와 강남구 개포시영, 개포주공3단지 세 곳의 이주시기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 논의를 진행한다. 사진은 개포주공 아파트 전경. [사진=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