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 불안에 장기·매입임대 꺼낸 정부... 전문가들 "문제는 주택공급"

2024-04-17 16:28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잠실 일대 아파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전세 매물은 부족해지면서 전세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전세 시장 혼란에 정부는 공공에서 비아파트 주택을 매입해 전세로 공급하는 '든든전세주택'과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전세시장의 불안이 수급 문제로 인해 발생한 만큼 적극적인 공급 정책을 통해 시장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둘째 주(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6% 상승하며, 47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전셋값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수급 문제가 꼽힌다. 최근 봄 이사철 등 계절적 요인과 신생아 대출 등의 요인으로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매물은 감소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의 조사 결과,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3만81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1761건에 비해 26.3%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이 감소하고, 주택 공급 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전세시장이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세시장 불안이 계속되면서 정부는 공공에서 비아파트 주택을 매입해 전세로 공급하는 '든든전세주택'과 '기업형 장기임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든든전세주택은 2년 동안 비아파트 10만 가구(전세 2만5000가구·월세 7만5000가구)를 매입해 공급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수요자들의 선호를 충족하기 어려운 데다, 물량이 한정적인 만큼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공공의 제한적인 공급으로 전세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또 질적 목표보다 양적 목표를 세우다 보니 입지 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의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도 많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기업형 장기임대는 민간임대를 최소 20년 이상 장기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해 임대차 시장 안정화에 나서겠다는 취지이지만, 건설경기가 악화한 상황에서 일정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참여를 유인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높은 임대료로 오히려 서민의 주거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결국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공급이 활성화 돼야 한다며 주택 공급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물량이 나와야 한다"며 "실거주 의무 폐지, 보유세 완화, 양도세 감면 등을 통해 임대 주택이 시장에 공급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결국 주택 공급이 늘어나야 전세 수급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만큼 재초환 등 적극적인 공급 정책을 통해 공급 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