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 의무고발요청제 ‘유야무야’... 연구개발 부정사용 비리도 매년 발생

2015-09-03 14:22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중소기업청이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의무고발요청제'가 있으나 마나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중소기업 연구개발(R&D) 부정사용 건수도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국회 산업통산자원위원회 박완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중소기업청의 ‘의무고발요청권’을 분석한 결과, 공정거래위원회 미 고발 불공정거래 114건 가운데 고발은 8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고발 69건, 검토중인 내용은 37건으로 집계됐다. 

의무고발요청제도는 중기청장이 하도급법 등 5개 법률을 위반한 기업을 중소기업 피해정도 등이 있는 지를 검토하여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하는 경우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제도

검찰에 의무고발된 업체는 SK-C&C, LG전자, 성동조선해양, 에스에프에이, 에이비씨나노텍, 진성이엔지 대표, 신영프레시젼 전 대표, 아모레퍼시픽 전상무 등으로 이들이 중소기업에 끼친 피해액만 1050억원에 달했다.

SK C&C는 59개 하도급업체에 하도급액을 적게 주거나 늦게 지급해 과징금 3억8600만원을, LG전자는 40개 업체에 납품대금 354억원의 연대보증을 요구했다가 과징금 19억원을, 아모레퍼시픽은 특약점 우수 판매직원을 직영점에 강제 배치했다가 5억원의 과징금 등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중소기업청의 ‘의무고발제’가 당초 ‘의무고발권’에서 권한이 대폭 감소되면서 고발실적이 낮아 시행취지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기청의 의무고발제 시행 이후 공정거래문제로 고발된 업체는 그동안 심사대상 114개의 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기청 전담인력도 사무관 등 3명 뿐이다. 의무고발제를 활성하기에는 전문성 등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의 R&D 자금의 부적절한 사용 사례도 꾸준해 현장점검의 실효성에 의문을 남기고 있다.

중기청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2010~2014) 중기청 지원과제 2만6000건 중 92건(0.4%)이 연구비 부정사용이 드러났다. 금액으로는 87억9000만원에 달한다. 이들 기관은 납품기업과 공모해 대금 부풀리기, 연구개발비 목적외 사용, 허위 세금계산서 제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비를 부정하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청은 뒤늦게나마 점검 사각지대 발생을 인정하고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대부분 내년부터 적용돼 개선책이 미흡하다는 인식이 높다.

실제로 부정사용 금액의 5배까지 징수가 가능한 제재부가금제도의 경우, 중기청이 2012년 12월 도입했지만 기업 부담 등의 이유로 아직까지 시행을 못하고 있다. 

박원주 의원은 "부당한 위탁취소와 하도급대금 지연 및 미지급 등 반사회적 불공정 행위는 고발요청이 확대돼야 한다” 며 “불공정행위의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처벌의 수준을 높이는 제도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