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연설 핵심키워드 ‘개혁’의 속살

2015-09-02 17:15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일 연신 ‘개혁’을 부르짖었다. 19대 마지막 정기국회의 포문을 여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다.

보수 집권여당의 수장인 김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총 73회에 걸쳐 ‘개혁’을 언급했다. 박근혜 정부의 하반기 핵심 국정과제인 노동개혁 뿐만이 아니었다. 금융, 교육에 이어 그간 여권에서 언급을 꺼리던 ‘재벌개혁’마저 전면에 공식적으로 들고 나왔다.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이 앞장 서서 ‘개혁적 보수’의 길을 걷겠다고도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함께하는 개혁, 다른 길은 없습니다’ 라는 제목으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사진제공=새누리당]


이른바 김무성표 ‘개혁’의 속살은 중도·진보진영까지 아우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미 여러차례 강조해 온 노동개혁과 동시에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공식 언급함으로써 이를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황제경영과 족벌세습경영, 후진적 지배구조에 따른 재벌일가의 갈등이 많은 국민을 분노케 한다”며 “불법·편법적으로 부를 쌓는 재벌들의 행위가 용납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렇다고 재벌개혁이 반기업정책으로 변질돼서는 안된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나라 경제 발전을 위해 자제해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정치개혁 측면에서는 아예 대놓고 야당에 ‘러브콜’을 보내며 개혁 전도사를 자처했다. 김 대표는 “국민공천제(오픈프라이머리)는 정당민주주의의 완결판, 정치개혁의 요체”라면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에게 “양당 대표회담을 빠른 시일 내 열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공개적인 회담 제안은 야당 뿐만 아니라 최근 친박(친박근혜)계 등 여당 일각에서도 반대 여론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야당과의 공조를 꾀하는 동시에 여당 내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복안인 셈이다.

나름의 개혁 이정표를 세웠지만, 현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핵심 정책인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 등에 대해선 박근혜 대통령의 목소리를 답습하는데 그쳤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날 김 대표가 노동개혁과 관련 “세계적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한 나라는 대체로 실업률이 낮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실업률이 높다”며 정부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자,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뭘 잘 모르시네”라는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야당 일각에 김 대표가 언급한 재벌개혁 또한 노동개혁에 속도전을 위한 기름칠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느라 고심한 흔적은 있으나 알맹이는 없는 공허한 연설”이라며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국가지도자가 아니라 청와대의 나팔수가 되기로 작정한 것이 아닌지 묻고 싶을 지경”이라고 힐난했다.
 

이날 김 대표가 노동개혁과 관련 “세계적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한 나라는 대체로 실업률이 낮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실업률이 높다”며 정부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자,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뭘 잘 모르시네”라는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사진제공=새누리당]


노동개혁과 더불어 교육개혁과 금융개혁도 강조했지만, 교육개혁은 사실상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집중해 야당으로부터 “극우적이고 수구적”이란 비난에 직면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역사교육에 대한 김 대표의 발언은 정말 일본 극우파의 주장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며 “역사 교과서를 국정 교과서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정말 거꾸로 가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발상으로 되돌아가는 주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여당 대표로서 국운 융성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이 개혁적 보수의 길을 걷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신보수’의 길을 자임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발언과 일맥상통해서다.

그는 “새누리당이 포용적 보수, 서민적 보수, 도덕적 보수, 책임지는 보수의 길로 나아가겠다”면서 연설을 마쳤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 대표 연설 직후 박수를 보내며 격려한 반면, 새정치연합 등 야당 의원들은 큰 박수 없이 본회의장을 일제히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