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말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1000회를 맞았습니다(종합)
2015-09-02 14:30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를 기념하며 1일 서울 목동에 위치한 웨딩홀에서 최장수 진행자 3인 문성근·정진영·김상중과 민인식 SBS 교양국장이 기자들과 만났다. 민 국장은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가 1000회 속에 차곡차곡 담겼다. 첫 방송 후 2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알고 싶은 ‘그것’이 많다”고 했다. 세 진행자가 생각하는 그것은 무엇일까?
◆ 문성근의 그것은? 민주공화국을 방해하는 것
‘그것이 알고 싶다’ 초대 MC 문성근은 1992년 3월부터 1년 9개월간, 1997년 10월부터 4년 5개월간 프로그램을 지켰다. “1992년 당시 연기자가 시사 프로그램 진행을 맡는 건 처음이었다. 무대 위를 자유롭게 활보하고, 톤이 높고 적극적인 소리로 말하는 것 등 여러모로 눈길을 끄는 요소가 많이 않았던 출발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책상에 걸터앉아 진행하기도 했는데, 그것 때문에 교사들이 방송국으로 전화해 ‘학생들이 문성근 때문에 맨날 책상에 앉아서 질문한다’고 항의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문성근은 “늘 바르고 올바른 이미지인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자가 연기를 하면, 관객이 작품에 젖어들지 못할 염려가 있다.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고 싶어하는 연기자의 기본적 욕망과도 충돌한다. 하지만 그것은 각자 자기만의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라고 앞으로 ‘그것이 알고 싶다’를 이끌어 갈 진행자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문성근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소재는 ‘장준하 선생 의문사’다. 그의 아버지인 문익환 목사가 녹음한 테이프가 중요한 단서가 됐기 때문이다.
◆ 정진영의 그것은? 끝내 찾아야 할 소망
2002년 5월부터 3년 8개월간 진행을 맡은 정진영은 “당시는 참여정부라 언론의 자유가 많이 허용됐던 시절이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니 아이러니하게 ‘그것이 알고 싶다’의 존재가치가 흔들리더라. 차별화를 위해 많이 고민하던 때였다”고 회상했다.
정진영은 ‘그것이 알고 싶다’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 “근 4년간 진행을 했다. 4년이면 대학교도 졸업하는 시간이다. 소중한 경험이었고 충분히 공부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감이 무거워지더라”라면서 “또 ‘그것이 알고 싶다’가 내 인생에서 너무나 큰 든든한 배경이 되더라. 배우라면 풍찬노숙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하차했다”고 했다.
또 “매주 참담한 우리 사회를 보면서 울컥했다. 진행하기에 아주 불편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 김상중의 그것?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
김상중은 최장수 진행자다. 2008년 3월부터 현재까지 7년 6개월째 진행하고 있다. “최장수 진행자라는 타이틀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한테 내주지 않겠냐.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고 잘하고 준비된 사람도 많다. 하지만 해볼 때까지 해보고 싶다. 제작진과 시청자와 함께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고백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덕분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과대평가 됐다”는 그는 “그래서 더 애착이 가고 의무감이 생긴다”고 했다. 바른 생활을 고집하고 개연성이 결핍된 악역을 거절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제작진이 피와 땀을 흘려 만든 것을 전달하는 내가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라면 시청자가 신뢰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이유다.
김상중은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기억해야만 하는 사건이 많다. 세월호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 사회의 총체적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도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고 했다.
세 진행자는 1000회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흔들림 없이, 실수 없이, 꾸준하게 노력한 제작진의 공을 꼽았다. 그 수장인 민 국장은 “흥미를 살리면서도 치밀한 논리 구성으로 사실을 체계적으로 보여주자는 게 제작진의 다짐이자 고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