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대한민국 식(食) 문화를 혁신하는 디자이너"

2015-09-01 13:29

▲김봉진 우아한 형제들 대표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우아한 형제들 본사에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배달음식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인 '배달의민족' 하나로 외식업계를 평정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요즘 배달문화를 넘어서 대한민국 식(食) 문화를 바꾸려 한다.

'배달의민족' 연간 거래액이 이미 1조원을 넘어서 2조원 돌파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김봉진 대표는 기존 배달음식뿐 아니라 신선식품 배달에도 뛰어들면서 더욱 큰 그림을 그리려 하고 있다. 특히나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상생 서비스를 통한 그의 경영철학에는 사람 냄새가 묻어난다.

◆ 배달 습관 리디자인한 ‘배달의민족’

배달음식 앱 1위인 배달의 민족은 누적 다운로드 수 1800만건(지난 5월 기준)으로 스마트폰 사용자 3명 중 1명 이상이 쓴다. 하루 주문 성사 건은 16만에 달하며 월간 주문량은 500만건에 육박한다. 등록업체 수는 네이버와 114보다 많은 15만개로 국민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다.

김 대표는 "배달 앱을 통해 배달음식 전단에 대한 문화가 달라졌다"며 "이용자의 리뷰와 음식점주의 답글을 통해 배달음식점과 고객 간의 소통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배달의민족은 외식배달 서비스 '배민라이더스'로 서비스 확대에 나섰다. 배민라이더스는 바닷가재에서 한우 육회, 인도요리, 베트남 쌀국수 등 밖에서만 먹을 수 있던 음식까지 시켜 먹을 수 있는 서비스다.

김 대표는 "지난 6월 송파를 시작으로 배민라이더스는 최근 강남에 센터를 열었다"며 "연내 서울 주요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시너지를 낼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배달의민족을 통해 외식 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센터에서 대기 중인 라이더가 음식을 픽업해 주문자에게 가져다준다.

김 대표는 또 "지난 5월에 인수한 신선식품 정기배달 서비스 ‘덤앤더머스’는 ‘배민 프레시(FRESH)’라는 새 이름으로 웹서비스부터 개편돼 나올 것"이라며 "반찬과 샐러드, 국, 과일, 채소 등 식료품을 신선한 상태로 배달하는 전문 쇼핑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달의민족 마케팅 콘셉트는 '막내가 좋아하는 배달 앱'이다.

김 대표는 "서비스를 쓰는 고객층을 생각해 봤을 때 통상적으로 조직의 막내가 주문한다"며 "막내들이 좋아하는 문화를 최대한 담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TV 광고에서부터 앱 사용자 환경까지 다양한 패러디를 통해 배달의민족만의 색깔을 내고 있다.

배달의민족 TV 광고는 지난해 배우 류승룡이 출연하면서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등으로 유쾌한 이미지를 끌어내 화제를 모았고,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예뻐.” 등의 문구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증명했다.

문구에 나오는 경희는 김 대표가 실제 회사 개발자의 이름을 사용한 것이다. 이후에는 회사 여직원과 남자직원의 가족들 100여 명의 이름으로 문구를 만들었다.

김 대표는 "배달의민족 광고를 통해 많을 상을 받기도 했고 다른 회사의 유사광고들도 뒤따랐다"며 "색다른 마케팅이 기업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은 한국광고협회 '2014 올해의 광고' IMC부문 대상, 한국광고주협회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 TV부문 수상을 비롯해 작년에는 김 대표가 ‘2014 창조경제박람회’ 청년기업인상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 소상공인과 다양한 상생으로 식(食) 문화 혁신

배달의민족은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나 배달의민족 가맹점주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시행한 바로결제 수수료 0%가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일부로 모바일 결제 중개 수수료(5.5~9.0%)를 없애 이용자가 모바일에서 결제할 경우 업주들로부터 받던 수수료를 전면 폐지했다. 이와 함께 외부결제 수수료도 기존 3.5%에서 3.0%로 낮추고, 기존 파워콜(3만원)과 울트라콜(5만원) 두 가지 광고 상품만 유지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가맹점주들이 수수료를 내는 것이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 아래 매출 타격에도 불구하고 수수료를 없앴다"며 "이는 고객 창출로 즉각적인 효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 폐지 후 8월 한 달간 주문량은 10% 증가했고, 배달의민족에 신규 이용자는 24% 늘었다.

김 대표는 "수수료로 입는 타격은 신사업을 통해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단순히 매출 증가보다는 더불어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음식이라는 카테고리를 크게 혁신하는 게 도전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수수료 정책 외에도 △배달원 사고를 예방하는 오토바이 안전운전 무료교육 ‘민트라이더 캠페인’ △업소별 일대일 맞춤 컨설팅프로그램 ‘꽃보다 매출’ △무료로 업소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어주는 ‘우리가게 CF 만들기’ △위생진단 관리 기업과 함께 배달 업소 위생을 진단하는 ‘청결왕’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배달아카데미'를 통해 외식업계 유명 강사들의 가게운영 비법을 전수하고, '전단 콜멘트 서비스'를 통해 전단이나 책자 광고와 같은 오프라인 광고의 효과를 무료로 측정해준다.

김 대표는 "배달아카데미 그동안 서울에서만 진행되다 보니 지방 업주들의 원정 강연 요청이 쇄도해 오는 8일 부산 교육을 시작으로 지방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배달아카데미를 통해 매출이 3~4배 가까이 오른 점주도 있었고 폐업에서 살아난 점주도 다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단 콜멘트 서비스를 통해 가맹점주에게 5개의 가상 전화번호를 줘 광고비 대비 효과를 데이터화 해 알려준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대표는 소상공인의 마케팅 비용 절약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김 대표는 "가맹점주들은 광고비로 새어나가는 돈이 많다"며 "배달의민족 외에 전단과 책자 광고 등을 종합적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효과가 없을 수 있고, 지역에 따라서 전단의 효과가 클 수도 있어 효율이 높은쪽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글로벌 식품위생 전문 검사기관 SGS와 함께 가게의 위생상태를 체계적으로 진단하고 있으나 가이드라인은 없다. 식약청 등을 통해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