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추락에 오일머니도 '셀 코리아'

2015-08-26 17:42

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국부펀드를 굴리는 사우디아라비아통화국(SAMA)이 올해 들어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저유가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자금회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우디통화국이 만든 'SAMA 포린 홀딩스'를 비롯한 사모펀드는 상반기 국내 증시에서 426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전년 동기 836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던 사우디통화국 측이 매도우위로 돌아선 것이다.

예를 들면 사우디통화국 측 사모펀드는 올해 들어 현대미포조선 지분을 7%대에서 5% 미만으로 줄였다. DGB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사우디 국부펀드가 우리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저유가에 따른 외환보유고 감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보면 사우디 외환보유고는 6월 현재 67억2105만 달러(7조9947억원)로 2014년 8월 74만5850만 달러(9조5097억원) 대비 약 16% 줄었다.

국제유가가 6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하면서 30달러대까지 떨어진 영향이 크다. 여기에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우디는 석유산업 의존도가 90%에 육박한다.

손성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보수적 투자원칙을 내세운 사우디통화국이 신흥국보다는 선진국 국채나 부동산 투자를 늘리고 있는 추세"라며 "저유가에 따른 자국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해외투자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손 연구원은 "그러나 사우디통화국이 기본적으로 탈석유화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해외 우량기업 지분을 인수하거나 조인트벤처에 투자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