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왕궁리 유적 백제 시대의 왕궁 부엌 발견
2015-08-21 10:01
아주경제 최규온 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전북 익산 왕궁리유적(사적408호)에 대한 2015년도 발굴조사 성과가 20일 일반에게 공개됐다.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주관으로 26년째 발굴조사 중인 ‘익산 왕궁리 유적’(사적 제408호)은 지난 7월 백제역사유적지구의 핵심유적으로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바 있다. 이번 제26차 발굴조사 결과 조선 시대 왕궁의 수라간에 비유되는 백제 사비기 왕궁의 부엌터가 확인됐다.
익산 왕궁리 유적은 백제 무왕(武王, 600~641년) 재위 시절 경영된 왕궁성으로,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1989년부터 올해까지 26년에 걸쳐 연차 발굴 중에 있다. 올해에는 유적의 서남편 일대(8,300㎡)에 대한 발굴조사를 추진해 백제 사비기 왕궁의 부엌터로 추정되는 동서 6.8m, 남북 11.3m 규모의 건물터가 발견됐다.
건물지 내 타원형 구덩이에서는 철제솥 2점과 함께 어깨가 넓은 항아리 2점, 목이 짧고 아가리가 곧은 항아리 1점, 목이 짧은 병 2점 등 토기 5점과 숫돌 3점이 발견됐다. 바로 옆 바깥에서는 철제솥 1점이 별도로 놓여 있었다. 구덩이 옆에는 불탄 흙과 검붉게 변한 벽체, 다량의 숯이 바닥면에 깔려 있는 지점 두 곳도 확인됐다.
철제솥은 원형 돌기가 달린 바닥에 어깨에는 넓은 턱이 있고 아가리는 안쪽으로 살짝 휘어져 있다. 이는 익산 미륵사지, 부여 부소산성, 광양 마로산성 등에서 출토된 통일신라 이후의 철제솥과 유사해 고대 백제계 철제솥의 변화양상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한편, 익산 왕궁성에서 가장 중요한 곳에 위치한 대형 전각 건물의 서남편에서는 서쪽 궁장을 따라 길이가 약 29.6m, 너비가 약 4.5m인 남북으로 긴 형태의 건물터 등 다양한 규모의 건물들도 확인됐다.
이와 유사한 구조와 배치 양상은 일본의 나니와노미야, 아스카노미야 등에서 나타나고 있어, 백제 궁성 축조형식이 일본에 전파되었음을 밝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왕궁리 유적에서는 그동안 궁장(궁궐을 둘러싼 담장), 대형 전각을 비롯한 각종 전각 터, 금·유리 도가니가 발견된 공방터 등이 확인되었으며, 인장 기와, 연화문 수막새 등 중요 유물 1만여 점이 출토되어 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