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일본 아베 총리 전후 70년 담화 (종합)
2015-08-14 21:58
◆일본 아베 총리 전후 70년 담화 전문
종전 70년을 맞아, 앞선 대전(大戰)에의 길과 전후의 걸어온 길, 20세기라고 하는 시대를 저희들은 마음으로 조용히 돌아보며, 그 역사의 교훈으로부터 미래를 향한 지혜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백년 이상 전의 세계에는 서양 여러나라를 중심으로 한 나라들의 광대한 식민지가 확산하고 있었습니다. 압도적인 기술우위를 배경으로, 식민지배의 파도는 19세기 아시아에도 들이닥쳤습니다. 그 위기감이 일본에 근대화의 원동력이 됐던 것은 틀림없습니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입헌정치를 세우고, 독립을 지켰습니다. 러일전쟁은 식민지 지배 아래에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었습니다.
세계를 둘러싼 제1차 세계대전을 걸쳐, 민족자결의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그 때까지의 식민지화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이 전쟁은 1천만명의 전사자를 낸 비참한 전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평화를 강하게 원했으며, 국제연맹을 창설했고, 부전조약(전쟁방지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전쟁자체를 위법화하고, 새로운 국제사회의 조류가 생겨났습니다.
당초는 일본도 보조를 맞췄습니다. 그러나 세계공황이 발생하고, 구미 여러나라가 식민지 경제를 둘러싼 경제블록화를 진행하면서 일본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일본은 고립감이 심화됐으며 외교적·경제적인 교착상태를 힘을 사용해 해결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일본은 세계의 대세를 따라갔습니다.
만주사변, 그리고 국제연맹 탈퇴. 일본은 차제에 국제사회가 장렬한 희생 위에 구축한 '새로운 국제질서'에의 '도전자'가 됐습니다. 가야할 침로를 그르치며, 전쟁에의 길로 전진해 갔습니다.
그리고 70년 전, 일본은 패전했습니다.
앞선 대전에서는 300여만명의 동포가 생명을 잃었습니다. 조국의 나아갈 미래를 찾으며, 가족의 행복을 바라면서, 전쟁의 진지에서 흩어졌던 사람들.
종전 후 혹한 또는 작렬하는 먼 타향의 땅에서 굶거나 아픈 고통으로 숨진 사람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의 원폭투하, 도쿄를 시작으로 각 도시에서의 폭격, 오키나와에서의 지상전 등으로 인해 많은 곳에서 사람들이 남김없이 희생됐습니다.
전화를 거친 나라들에서도, 장래가 있는 젊은이들의 생명이, 셀 수도 없이 상실됐습니다. 중국, 동남아시아, 태평양의 섬들 등 전장이 됐던 지역에서는 전투뿐 아니라 식량난 등으로 인해 많은 무고한 백성이 고통받고 희생됐습니다. 전장의 그늘에서는 깊이 명예와 존엄에 상처를 입은 여성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잊혀져서는 안 됩니다.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손해와 고통을 일본이 준 사실. 역사는 실로 돌이킬 수 없는 가혹한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각각의 인생이 있고, 꿈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다는 당연한 사실을 음미할 때, 지금도 말을 잃고 그저 단장(斷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토록 고귀한 희생 위에 현재의 평화가 있다. 이것이 전후 일본의 원점입니다.
다시는 전쟁의 참화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사변, 침략, 전쟁, 어떠한 무력의 위협이나 행사도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두번 다시 사용해선 안 된다. 식민지 지배로부터 영원히 결별하고 모든 민족의 자결권이 존중되는 세계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대전에 대한 깊은 회개의 마음과 함께 우리나라는 그렇게 맹세했습니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를 만들고, 법의 지배를 중시하고 오로지 부전(不戰)의 맹세를 견지해 왔습니다. 70년간의 평화 국가로서의 행보에 우리는 조용한 자부심을 품고 이 부동의 정책을 앞으로도 견지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대전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해서 통절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명했습니다. 그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 대만, 한국, 중국 등 이웃인 아시아 사람들이 걸어온 고난의 역사를 가슴에 새기고 전후 일관되게 그 평화와 번영을 위해 힘을 다해왔습니다. 이러한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떠한 노력을 해도, 가족을 잃은 분들의 슬픔, 전화(戰禍)에 의해 도탄의 고통을 맛본 사람들의 아픈 기억은 앞으로도 결코 치유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명심해야합니다.
전후 600만 명이 넘는 귀환자가 아시아·태평양 각지에서 무사히 귀환해서 일본 재건의 원동력이 된 사실을. 중국에 방치된 3천명 가까운 일본인의 아이들이 무사히 성장해 다시 조국의 흙을 밟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호주 등의 옛 포로 여러분이 오랫동안 일본을 방문해 서로의 전사자를 위한 위령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쟁의 고통을 그지없이 경험한 중국인 여러분과 일본군에 의해 극심한 고통을 받은 옛 포로 여러분이 그렇게 관대해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마음의 갈등이 있고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했던가. 그것에 대해 우리들은 생각을 다해야합니다.
관용의 마음에 의해 일본은 전후 국제 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전후 70년이라는 이 기회에있어서 우리나라는 화해를 위해 힘써 주신 모든 국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일본에서는 전후 태어난 세대가 이제 인구의 8할을 넘고 있습니다. 그 전쟁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우리의 자녀나 손자, 그리고 그 뒤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과를 계속할 숙명을 지게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만 우리 일본인은 세대를 넘어 과거의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과거를 계승하고 미래에 전달할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의 부모, 또 그의 부모 세대가 전후 잿더미와 가난의 수렁 속에서 생명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 세대 또한 다음 세대로 미래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선인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더불어 적으로 치열하게 싸운 미국, 호주, 유럽 국가를 비롯해 정말 많은 국가들이 은혜와 원한을 넘은 선의와 지원의 손길을 뻗어준데 대해 감사합니다.
그것을 우리는 미래로 구전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의 교훈을 깊이 가슴에 새기고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하고, 아시아, 그리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힘을 다할 것이다. 그런 큰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교착상태를 힘으로 타개하려고 한 과거를 가슴에 계속 새기겠습니다. 그럴수록 일본은 어떤 분쟁도 법의 지배를 존중하고, 힘의 행사가 아니라 평화적·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앞으로도 굳게 지키고 세계 각국에 촉구하겠습니다.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핵무기의 비확산과 궁극적인 폐기를 목표로 국제 사회에서의 책임을 이행하겠습니다.
우리는 20세기에 전시 하에 많은 여성들의 존엄과 명예가 깊은 상처를 입은 과거를 가슴에 계속 새기겠습니다. 그럴수록 우리나라는 그런 여성들의 마음에 항상 다가가는 국가이고 싶습니다. 21세기야말로 여성의 인권이 손상되지 않는 세기가 되도록 하기 위해 세계를 선도하겠습니다.
우리는 경제의 블록화가 분쟁의 싹을 키운 과거를 가슴에 계속 새길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은 어떤 나라의 자의에 좌우되지 않는 자유롭고 공정하고 열린 국제경제 체제를 발전시켜 개발도상국 지원을 강화하고 세계를 더욱 번영으로 견인해 나갈 것입니다. 번영이야말로 평화의 기초입니다. 폭력의 온상이 되기도 하는 빈곤에 맞서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의료와 교육,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더욱 힘을 다하겠습니다.
우리는 국제 질서에 도전자가 되어 버린 과거를 가슴에 계속 새기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기본적 가치를 확고히 견지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손 잡고 '적극적 평화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어느 때보다 기여하겠습니다. 종전 80년, 90년, 100년을 향해서, 그런 일본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는 결의입니다.
2015년 8월 14일
내각 총리 대신 아베 신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