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70년 특사, 최태원 SK·김승연 한화 '희비'(종합)
2015-08-13 11:47
◆최태원 회장, 최장 수감 기록 끝 사면에 복권도
13일 광복절 70년 특별사면으로 최태원 회장이 사면됐다. 우려됐던 복권 문제도 해결됐다. 최 회장은 특별 복권으로 등기이사직도 가능해 정상적인 경영복귀가 예상된다.
최태원 회장은 재계 총수 중 역대 최장 수감 기록을 세웠다. 지난 2013년 1월 31일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법정구속된 후 2년7개월여 동안 복역했다.
최 회장의 징역살이가 2년을 넘어서자 재계 안팎에선 동정여론도 일어났었다. 하지만 정부 여당측은 형기의 70~80%를 채워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최 회장은 2008년 SK 계열사 자금 450억원을 사적 이득을 위해 횡령했다는 혐의로 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450억원을 한달여 가량 사용한 뒤 9% 이자를 붙여 전액 반환해 주주 등의 피해는 없었다는 게 최 회장측의 주장이다.
이에 재계에서도 비슷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은 다른 재벌 총수들에 비해 최 회장의 4년 징역형은 가혹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 회장의 비교적 성실한 수감생활도 동정론에 힘을 실었다. 다른 재계 총수들이 흔히 재판에서 휠체어를 타거나 병원 신세를 지는 것과 달리 최 회장은 병보석 한 번 없이 교도소 생활을 보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연초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가석방 여론은 위축됐다. 최근에도 롯데그룹 사태 등으로 재벌 개혁론이 불거져 가석방 여부는 막판까지 불안했다.
최 회장이 900일 넘도록 수감생활을 하는 사이 SK그룹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주력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의 실적이 유가급락과 시장포화 현상으로 크게 악화됐었다.
SK네트웍스의 면세점 입찰 탈락과 SK루브리컨츠의 중국 윤활유 업체 인수 실패 등의 고배도 마셨다.
반면 최 회장이 수감 이전 주도해온 사업들은 대성공을 거둬 대조됐다. 최 회장이 인수를 주도한 SK하이닉스는 사상최대 실적을 계속 갱신하며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했다.
또 최 회장이 중국을 오가며 7년을 공들인 중국 시노펙 우한 합작 사업도 시노펙이 놀랠 정도로 높은 가동 효율을 보이며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대적인 특별사면 전망이 대두되고 김승연 한화 회장이 거론되면서 기대감에 부풀었던 한화그룹은 막판 탈락 소식에 침울해졌다.
한화그룹은 어두운 전망에도 한편으론 “아직 확정된 게 아니지 않느냐”며 마지막까지 기대했지만 결과에 착잡한 분위기다.
그룹측은 김승연 회장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펼치도록 사면 대상에 포함되길 바랬었다.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김 회장은 등기이사직에 복권하지 못해 책임경영이 저해되는 문제를 부추겼다. 해외 출장 시에도 법무부의 허가가 필요해 글로벌 사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그룹측의 설명이다.
김 회장이 경제살리기 특별사면 취지에 가장 부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그룹측은 아쉬움을 표한다.
실제 김 회장은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이라크 정부와의 돈독한 관계를 바탕으로 정체됐던 이라크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를 추가 수주하는 등 향후에도 이라크 100만호 주택 건설 사업에서 추가 수주 성과를 올릴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 회장이 뚝심으로 이끌어온 태양광과 방산업에 대해서도 그룹측은 사업보국 성격을 강조한다.
태양광 세계 1위 셀 생산체계 구축, 대미 태양광 대규모 수주, 삼성 화학‧방산 계열사 인수 등도 김 회장의 복귀 후 행보 속에 이뤄진 결과물이다.
◆ 경제인 사면 최소화… 경제살리기 취지 퇴색
한편 재계에서도 이번 김승연 회장 특사 탈락 등 막판 경제인 사면이 축소된 것을 보고 경제살리기 사면 취지가 퇴색됐다며 비판 시각이 일었다.
이날 특별 사면은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221만71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 중 경제인은 총 14명으로 최소화됐다. 최태원 회장 외에 김현중 한화그룹 부회장(현 고문)과 홍동옥 한화그룹 여천 NCC 대표(현 고문)도 형선고실효와 복권이 이뤄진다.
반면, 김승연 회장과 더불어 최재원 SK 부회장과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은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