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철 녹십자 사장 "전남화순공장 생산력 증대…국내 백신주권 확보할 것"

2015-08-12 09:02


아주경제(전남 화순) 한지연 기자 = "녹십자 화순공장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예방백신 생산물 전량을 국내에 공급해 백신주권 확보에 큰 역할을 한 곳이다. 앞으로 생산시설 투자 등을 확대해 글로벌 백신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

허은철 녹십자 사장은 11일 전라남도 화순 녹십자 백신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화순공장은 회사 발전의 원동력인 동시에 국내 독감백신 자급자족 시대를 연 곳으로 단순한 생산시설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녹십자는 4가 독감백신이 생산되고 있는 화순 백신공장의 주요생산시설 및 공정과정 등을 공개했다. 

4가 독감백신은 한 번의 접종으로 네 종류의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다. 기존 3가 백신이 예방할 수 없는 바이러스 균주를 하나 더 예방할 수 있어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의약품청(EMA) 등은 4가 독감백신 접종을 권하고 있다.

현재 국내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은 4가 백신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제품이 유일하다.

허 사장은 "GSK·사노피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20년간 추진한 4가 백신 개발을 녹십자는 5년 만에 해냈다"며 국내 백신제조 기술이 상당 수준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4가 독감백신이 출시되면 최근 전세계에서 600명 이상 숨진 '홍콩독감' 같은 치명적 독감이 국내에 유입돼도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녹십자는 달걀을 이용한 유정란 배양방식을 통해 안전성이 높은 4가 독감백신의 제3상 임상시험을 마치고, 식약처의 시판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허 사장은 "독감이 유행한 뒤 백신이 나오면 효과가 없고, 한번 대유행을 거친 뒤에는 바이러스 변이 속도가 빠르게 때문에 수출에 있어 가격경쟁력과 품질 못지않게 중요한건 타이밍"이라며 "4가 백신은 이르면 8~9월 사이에 허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녹십자 화순공장은 2009년 완공된 국내 최초의 독감백신 원액 생산시설이다. 

현재 일본뇌염·신증후성 출혈열·수두 백신 등 기초 백신류와 신종플루 백신, 계절인플루엔자 백신, 조류인플루엔자 백신, 재조합탄저 백신, BCG 백신 등을 만들고 있다.

허 사장은 "수출 지역을 다변화해 오는 2035년까지 화순공장 자체 생산 매출액만 1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이날 녹십자 화순공장을 찾았다. 그는 백신 개발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관련 규제 중 개선할 사항이 있는지, 국내 백신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한 지원 방안이 있는지 등을 논의했다.

김 처장은 "최근 에볼라·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의 출현으로 감염병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백신 생산능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백신 수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