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를 준비하자] <1> '길 잃은' 제조업…한국경제에 드리운 ‘자원의 저주’

2015-08-10 08:05
GDP 수출 기여도 2분기째 '마이너스'…전체규모의 25% 中 수출 7개월째 고전
제조업 생산성 둔화·구조적 수출 부진…네덜란드병 오나 두려움
한국경제 "저성장 고착화" 뉴노멀 돌입…'창조경제' 대안으로 급부상

OECD 한국 잠재성장률 전망. [그래픽=미술팀]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한국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가 심화되고 있다. 경기회복이라는 단어는 이미 기대치가 꺾인 모양새다. 정부에서는 연신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경제성장률은 오히려 더 떨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를 떠받쳐 온 제조업 위축이 심상치 않다. 자원의 저주라고 불리는 ‘네덜란드병’이 온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병은 자원에 거의 의존해 급성장을 이룩한 국가가 이후 물가 상승 및 환율 하락(통화가치 상승)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잃고 경제가 위기에 처하는 현상이다. 한국 제조업의 현주소를 제대로 진단한 것이다.

◆ 네덜란드병에 빠진 제조업…저성장 돌파 어렵다

해외 투자사들은 한국의 제조업이 생산성 둔화와 수출부진 등에 따른 저성장 고착화, 유가 하락 및 원화 절상에 따른 ‘네덜란드병’ 발생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탠다드 차타드는 생산성 둔화 및 구조적 수출부진 등에 따라 저성장이 한국의 뉴노멀로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조업 위주의 한국 경제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인 셈이다.

추가경정예상(추경) 편성이 실물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일시적·단기적 자금투입 만으로는 제조업 생산성 및 수출 부문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구체적인 분석도 내놨다.

더구나 작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 수출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가 마이너스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원화 가치가 상당히 높아 정부의 추가적인 수출 지원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스탠다드 차타드는 “임금대비 낮은 노동생산성 등으로 기업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전하면서 기업수익 개선과 임금상승 연결고리 약화, 소득증가율 둔화, 고령화에 따라 민간소비 및 정부지출이 제약적”이라며 “글로벌 경기회복세 둔화, 엔저 지속, 일본 경쟁기업들의 R&D 및 설비투자 확대 등이 수출 제약요인”이라고 지목했다.

골드만 삭스 역시 유가 하락에 따른 무역흑자 확대로 원화가 절상되면서 제조업 수익성 저하 및 수출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판 네덜란드병 발생 가능성을 꺼낸 이유다.

◆ 믿었던 중국까지…제조업 한계점 봉착했나

한국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수출이 휘청거리고 있다. 분명 수출 사이클상에서 보완해줘야 할 품목들이 어긋나면서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일시적인 경기 침체가 원인이라면 원포인트 정책으로 해결하겠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수출 시장의 구조적 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 정부가 바짝 긴장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중국 시장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5.4%를 차지했다. 2위 미국(12.3%)과 격차도 큰 상황이다. 중국 수출이 흔들리면 한국경제 전반이 휘청댈 수 있는 수준이다.

정부는 수출부진이 일시적이라는 판단이지만 수출 부진은 벌써 7개월째 지속 중이다. 하반기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전체 중국 수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나 내려앉았다.

한국 기업이 이처럼 중국에서 고전하는 것은 여러 가지 악재가 동시에 겹쳤기 때문이다. 경기 부진에 시달리는 중국이 수입 수요를 줄이고 있다. 자동차, 휴대전화, 석유화학, 기계 등 제조업 전 분야에 걸쳐 자급화 비율을 높이려고 애쓰는 것이다.

이봉걸 한국무역협회 전략시장연구실 연구위원 “경제 위기가 길어지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가격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며 “한국 제품이 이전처럼 우월한 지위로 중국 시장에 들어가기는 어려운 상황이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화장품, 소형가전제품 등 중국 소비자가 자국 제품에 불신을 갖는 생활소비재 분야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며 “기존 주력 품목도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제품군 자체를 다양화해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도록 힘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창조경제 ‘대안론’ 다시 수면위로…혁신센터 잘 활용해야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경제 키워드로 내세운 ‘창조경제’가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내수와 수출의 총체적 부진을 극복할 대안론으로 거론되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에서 조차 그 의미와 방향을 몰랐던 탓에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한 창조경제가 전국의 17곳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이 완료되면서 윤곽을 갖췄다.

정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한국경제의 산업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재계에 손을 내밀었다. 재계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며 첫 단추를 꿰었다.

일단 분위기는 조성됐다. 삼성·현대차·SK·LG·한화·효성 등 대기업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 활용에 긍정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부와 기업이 벤처, 중소기업의 창업과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는 점에서 민관 협력을 통한 경제살리기 모범사례”라며 “저성장 시대를 피하는 것보다 대안을 마련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