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전경련 경영자문단과 손잡고 불황·위기 뛰어넘다

2015-08-04 13:12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우리경제가 내수부진·수출둔화의 이중고를 맞으면서 중소기업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경험 있는 멘토를 만나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오히려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전경련 경영자문단은 오랜 시간 축적한 비즈니스 경험과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수해 지난 1년여 동안 마케팅, 경영전략, 품질․생산성 향상 등 분야별로 중소기업의 경영혁신을 지원하여 이들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해외마케팅 베테랑 자문 덕에 수출 두 배 이상 늘어
누리켐은 충남 아산시에서 실란트(실리콘, 아크릴 등)와 에어졸(폼세척제, 접착제 등)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1992년 가동을 시작한 이래 꾸준한 성장세를 거듭해 2010년부터 해마다 매출액 200억 원 수준을 유지해왔고 수출은 전체 매출액의 약 10%(200만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누리켐의 고민은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와 동종업계 간 경쟁가중으로 점차 수주 물량이 줄어들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이었다. 박영진 누리켐 대표는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요가 부진한 국내시장에 매달리기보다 해외시장 개척으로 새로운 수출 거래선 확보가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해외시장 개척에 필요한 경험과 전담 인력이 부족해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고심하던 중 전경련 경영자문단의 문을 두드렸다.

누리켐의 자문을 맡은 전경련 경영자문봉사단의 장영봉 위원은 효성물산에서 24년간 중남미 파나마, 칠레, 볼리비아,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각국의 지사장으로 근무하며 철강, 직물, 전자제품 등의 수출을 성사시킨 해외마케팅 베테랑이다. 장 위원은 회사가 해외시장 개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담부서(해외사업팀) 임직원들의 해외마케팅 역량 강화가 우선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차적으로 온라인 무역정보시스템(Kita, Tradenavi, Globalwindow Exportcenter 등)이 제공하는 해외시장 관련 정보와 제품별 HS코드 및 무역 통계정보를 활용해 수출대상국을 결정한 후, 대상국별로 바이어 검색 사이트를 활용해 신규 거래선을 발굴하라고 자문했다. 다음으로 이 회사가 기존 해외거래선인 8개국 12개 거래선 중 독점계약을 맺은 곳은 단지 2개뿐이라 점을 지적하고 독점계약 거래선을 점차 늘려갈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무역거래에 따른 다양한 대금결제방법, 무역 클레임 예방과 대응 교육도 함께 실시했다.

박 대표와 해외사업팀을 대상으로 한 약 1년간에 걸친 장 위원의 해외마케팅과 무역실무에 대한 체계적인 자문 덕택에 이 회사는 기존 8개국 거래시장 외에 인도, 싱가포르, 이집트, 미국 등 4개국의 신규시장을 개척하게 되었고 수출규모도 기존 연 200만 달러에서 올 연말까지 400만 달러를 상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 위원은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혁신을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누리켐의 경우 박 대표가 해외시장 개척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자문내용을 성실하게 이행한 것이 성공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국내시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도 무난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었으나 막상 현실로 부딪혀보니 나라마다 건축문화와 기후조건, 상관습 등이 달라 어려움이 많았는데 장영봉 위원께서 해외시장 정보 활용방법 등 구체적이고 실무적으로 자문해주셔서 경영위기를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적자에서 대기업 납품 기업으로 전환
지난 2011년 창립한 커피지아는 커피 생두를 공정무역으로 수입하여 직접 로스팅·가공해 커피 원두를 도소매로 판매하는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이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커피지아는 영리적인 이익 추구뿐 아니라 사회적 소외계층인 발달장애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목적 달성에도 힘쓰고 있다.

김희수 커피지아 대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포부로 회사를 창립했지만 비즈니스 경험 부족으로 체계적으로 기업을 이끌어가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인력과 전문성이 모두 부족한 상황한데다 특히 국내 커피시장의 경쟁 과열로 판로개척과 마케팅이 가장 큰 난제였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 새로운 판로 개척과 고객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커피지아는 전경련 경영자문단 김승시 자문위원을 만나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자문을 받고 있다.

김 위원은 SK그룹(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에서 다년간의 마케팅, 고객만족(CS), 구매, 인사․노무분야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커피지아가 직면한 문제점을 분석하고, 일차적으로 커피지아의 사업 파트너들에게 좀 더 효과적으로 의사전달을 할 수 있도록 기존의 사업제안서를 수정․보완하도록 지도했다. 또한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커피지아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타 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도록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는 등 체계적인 마케팅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주문했다.

커피지아의 제품은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으나, 브랜드 파워 면에서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일반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B2C 보다는 B2B 마케팅전략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하여 호텔 또는 기업의 사내 커피숍 등에 납품할 것을 제안했다. 많은 기업들이 CSR(기업의 사회적책임)을 중요시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측면에서 커피지아는 타 업체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김 위원은 판단했다.

김 위원의 자문을 기반으로 커피지아는 새로운 사업제안서를 만들어 대기업 계열사를 대상으로 판촉활동에 나섰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국내 모 대기업의 사내 임직원용 카페테리아에 커피머신을 무상으로 제공(렌탈)하고 커피를 독점 납품하는 방식으로 연간 1억원 규모의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동 계약체결 이후 가능성을 확인한 커피지아는 현재 다른 대기업, 국내 특급호텔 등과도 납품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김 위원은 “커피지아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자기 공장에서 생두를 직접 로스팅하고 블렌딩하기 때문에 고객의 기호에 맞추어 제품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 소비자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커피와 소형머신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윤리적 기업이라는 점에서 여타 경쟁업체와 차별화 되는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수익 창출이라는 한 마리 토끼도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애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마케팅과 경영전략, 조직관리 등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전경련 경영자문단의 현장감 있는 자문이 우리 기업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재 실적에 안주않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
마이크로컨텍솔루션은 반도체용 IC 소Socket(기기용 접속장치)을 제조·생산하고 있다.

1999년 설립되었고 2008년에는 코스닥에 상장을 했다. 마이크로컨텍솔루션은 2013년 포브스 100대 기업으로 선정되었고,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매년 신장 추세를 보이며 2014년에는 매출액 약 440억 원을 달성한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다.

LG C&C 전략기획실장, 기아정보시스템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경련 경영자문단의 제6대위원장(2015년 8월~이기도 한 남기재 자문위원은 약 10년간 경영자문단 활동을 하며 여러 중소기업의 신사업 진출, 신제품 개발 및 사업화 등을 성공시킨 베테랑 자문위원으로, 지난 2014년부터 마이크로컨텍솔루션을 맡아 중장기 경영전략에 대한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

남 위원은 마이크로컨텍솔루션이 경영지표상으로는 탄탄해 보일지 모르나 성장률이 업계 평균을 밑돌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기업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성과의 만족하며 사업을 지속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남 위원의 자문에 따라 마이크로컨텍솔루션은 대대적인 사업다각화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제품 기술력과 설비는 갖추고 있으나 사업실적이 부진한 BTK(모터 프로텍터 제조)를 인수하고, 이어 AK이노텍(반도체 검사장비 제조) 인수에도 성공했다. 남 위원은 이 중 독자적 설비를 갖추고 있어 매출 향상의 가능성이 높은 BTK의 경우 설비의 효능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 표준목표를 재설정할 것을 자문했다. BTK는 올 연말까지 전년대비 40% 신장한 20억원 매출목표 달성이 예상되며, 사업이 보다 안정되면 내년에는 50억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양승은 마이크로컨텍솔루션 대표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업다각화 작업을 잘 마무리하고 안정화시켜 ㈜마이크로컨텍솔루션을 한국형 강소기업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공정관리·개선으로 생산량 월 150t 증가
1979년 창립해 반도체 및 리드프레임 생산장비를 제조해 온 유환기계앤드손은 2000년 법인 전환되었으며, 2013년부터는 가구 제조 및 판매업도 함께 하고 있다.

정무성 유환기계앤드손 대표는 반도체·리드프레임 생산 분야에서는 오랜 시간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으나, 가구 사업으로는 신생업체나 다름없기 때문에 가구 제조 공정관리과 생산성 향상 등에 대한 고민으로 전경련 경영자문단의 경영닥터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유환기계앤드손에 매칭된 최인식 자문위원은 카이스트 박사 출신으로 LG전선에서 생산기술센터장, 중앙연구소장을 역임한 기술 분야 전문가다. 최 위원은 유환기계앤드손을 처음 방문한 초도자문에서 올바른 생산설비의 선택 및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제조업의 성패는 핵심기술, 핵심부품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자문했다.

이러한 컨셉을 바탕으로 제조공정의 아주 작은 부분부터 점검하고 개선활동을 시작했다. 우선 작업생산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는 작업장 레이아웃(LAY-OUT)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자문했다. 이는 공정 간 불필요한 이동거리를 줄이고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진행되었고, 작업 공정 정리에 따라 생산설비 레이아웃도 재정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가구를 만들고 남은 잔재와 폐기물이 함께 적재되어 재활용 가능한 부분까지 버려지고 있다는 점이 발견되어, 즉시 폐기물 박스를 별도 설치에 구분하여 보관하도록 했다. 또한 제조업의 기본인 3정5S를 실천하여 작업현장 관리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지도했다.

6개월간 실시한 개선활동을 통해 유환기계앤드손은 품질과 생산성 면에서 모두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 우선 공정 간 동선이 최소화 되어 이동시 발생할 수 있는 스크래치나 불량이 현저히 감소되었고, 공정 개선으로 생산성도 향상되어 생산량이 기존 월 1400t에서 1550t으로 11% 가량 상승했다. 또한 잔재와 폐기물을 구분하여 관리함으로써 잔재 재활용률이 약 20% 향상해 자재구입비가 줄었고, 동시에 폐기물량도 월평균 28t에서 23~24t으로 줄어 폐기물 처리비용 절감에도 성과를 거두었다.

정 대표는 “공장은 항상 가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점이 발견되어도 개선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전경련 경영자문단을 통해 전문가의 집중적인 자문과 지도로 당사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개선하게 되어 감사드리고 최 위원님으로부터 받은 자문 내용과 개선안들이 완전히 정착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