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발표를 앞두고 전 세계 지식인들이 1910년 체결된 한일병합은 불법이라며 일본의 역사적 반성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국병합 100년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 발기위원회는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극심한 우경화 사태를 우려하며 한국·일본·미국·유럽 등의 지식인 350여 명이 참여한 '2015년 한·일 그리고 세계 지식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와 김영호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가 양국 대표로 참석했으며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공동성명을 낭독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아베 정권은 '역사수정주의'와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우며 과거는 덮어두고 미래로 가자는 논리를 펴지만 역사적 진실로서의 과거는 은폐될 수 없고 오히려 이를 인정하고 진정으로 반성할 때 과거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을 낭독한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일본 정부의 극심한 우경화 사태가 눈앞에 벌어지면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일본내 우파정치가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미 역사가들의 연구로 논파된 거짓의 역사를 재생시켜 일부 우파 지식인과 미디어를 통해 확산시키고 있는데 이를 저지하기 위해 공동성명을 발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2010년 양국 지식인들은 한국병합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또 광복 70주년, 한일협정 50주년을 맞는 올해 양국 관계가 큰 진전을 이루길 기대하며 '2010년의 약속, 2015년의 기대'라는 표어 아래 매년 학술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최근 한·일 관계가 더 악화되는 상황으로 기울자 5년 만에 또다시 성명을 내놓게 된 것이다. 

위원회는 "과거청산 문제로 인한 이웃나라와의 분쟁은 국가적 군사충돌로 발전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며 "동아시아가 서구의 기술문명을 피동적으로 수용하던 역사에서 벗어나 평화지향의 새로운 문명사를 스스로 쓰길 촉구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성명에는 고은 시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아라이 신이치(荒井信一) 스루가다이대 명예교수 등 한·일 지식인과 미국의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 유럽의 볼프강 자이테르트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교수등 유수의 역사학자들이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