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이란 핵타결 이후' 다시 북핵 고삐…3국 공조 협의

2015-07-28 08:00
한미, 中 연쇄접촉…한미일, 31일 도쿄서 회동…북한 도발억지 방점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한미일 3국이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북핵 협상의 동력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미일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인 김건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과 시드니 사일러 미 국무부 북핵 특사,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참사관 등은 오는 31일 도쿄에서 회동한다.

이에 앞서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을 잇따라 방문해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 등을 비롯해 중국내 한반도 전문가들을 두루 만났다.
 

김건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오른쪽)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시드니 사일러(Sydney Seiler) 미국 국무부 북핵 6자회담 특사와 면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fame@]


황 본부장은 귀국 직후인 24일 미측 수석대표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전화통화를 했다. 성김 특별대표는 미일 동맹회의 참석차 22~25일 일본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황 본부장과 통화에서 서로 방중 및 방일 협의 결과를 공유했다.

26일 방한한 사일러 특사는 27일 우리측 카운트파터인 김건 국장을 비롯해 권용우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을 만난데 이어 황준국 본부장도 예방했다. 사일러 특사는 이어 중국과 일본을 연쇄 방문할 예정이다.

31일 도쿄에서의 한미일 차석대표 회동은 최근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간의 다양한 양자접촉을 총정리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러시아를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들의 최근 움직임은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라는 시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란 핵협상과 북핵은 여러 면에서 완전히 성격을 달리하고 있지만 이란 핵협상 타결을 계기로 북핵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동력을 불어넣을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공통된 상황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김건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시드니 사일러(Sydney Seiler) 미국 국무부 북핵 6자회담 특사와의 면담에 앞서 생각에 잠긴 모습.[김동욱 기자 fame@]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관련 대화 거부와 하반기 도발 가능성, 북중관계 변화 가능성, 이란 핵협상 타결 등을 감안할 때 현 시점은 향후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일의 기조는 북한과의 대화의 문은 열어놓으면서도 원칙을 유지하며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 강화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 한미는 특히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북중관계가 악화됐다는 평가가 많지만 여전히 북한을 끌어낼만한 가장 지렛대를 가진 나라는 중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북중간 대화는 물론 대북 압박 강화 등을 통해 상황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논리를 설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의 공조와 중국과의 접촉 강화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포석도 깔렸다.

북한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 67m 규모의 대형 장거리 미사일 발사대를 세운 정황이 포착돼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전략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추가 도발이 현실화되면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또 다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북핵 문제 해법도 더욱 요원해지는 만큼 확고한 대북공조를 통해 이를 저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에도 "우리는 일방적으로 먼저 핵을 동결하거나 포기하는 것을 논의하는 대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면서 비핵화 대화를 거부하고 있어 한미일 공조 강화에도 현 국면을 타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