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韓·日롯데, 첫 공조 사업으로 '도쿄·태국면세점 합작' 시도

2015-07-24 10:44

[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지난 15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로 선임되면서 한국와 일본의 롯데를 모두 장악하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일 공조를 통해 태국면세점에 동반 진출키로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한일 양국의 롯데는 태국 방콕 도심에 내년 3월 공동 출자하는 면세점을 열고 각자의 경영 노하우를 살려 현지에서 관광객들의 수요를 맞춘다는 계획이라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 신문은 한국 롯데그룹의 신 회장이 일본의 롯데홀딩스(HD)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을 계기로 한일 '일체경영'을 강화하고 있으며 태국 면세점이 제1탄이라고 보도했다는 것이다.

방콕에 문을 여는 롯데의 '공항형 면세점'은 연면적이 약 7000㎡로 구미의 명품 브랜드와 현지 토산품 이외에 한일 양국의 화장품 등을 주로 취급할 전망이다.

운영회사에 대한 출자 비율은 한국 롯데가 80%, 일본의 롯데HD가 20% 전후이며 향후의 사업 전개에 따라 그 비율을 수정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또 면세점 사업은 한국 롯데가 풍부한 노하우를 갖고 있고 일본 롯데는 1989년에 현지 법인을 설립, 과자류의 생산과 판매를 통해 소비 시장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지난해 면세점 시장 규모는 약 8조3000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롯데면세점이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 롯데는 2012년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하타 공항을 시작으로 해외 점포망을 확대해 현재는 일본, 싱가포르, 미국령 괌 등에서 모두 5개의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방콕과 함께 내년 3월 개관을 목표로 하는 도쿄 긴자 거리의 롯데면세점도 협력의 무대다. 도쿄 면세점의 운영에는 일본 롯데의 직원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양국 롯데의 협력은 이례적이라고 밝히면서 두 그룹의 중복사업인 제과산업의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일본 롯데가, 중국과 인도는 한국 롯데가 맡는 암묵적 이해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정기적으로 열리는 제과부문의 연구회의 등을 제외하고는 양국 롯데의 협력 기회는 전무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런 상황이 변한 것은 신동빈 회장이 롯데HD 대표 이사로 취임한 것 외에도 각자가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사정 때문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한국 롯데는 대형마트 영업규제 때문에 손발이 묶여 있고 중국 사업의 수익화도 늦어지고 있는 데다 핵심인 롯데쇼핑의 실적은 부진하다.

한국 롯데가 높은 점유율 때문에 새로운 면세점 심사에서 탈락한 데서 보듯 국내 신규 출점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 롯데는 해외 진출에서 활로를 찾게 됐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 롯데는 껌시장이 축소되는 가운데, 눈에 띄는 히트상품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시리얼의 히트 등으로 6분기 연속으로 최고이익을 기록한 경쟁사 가루비 등에 뒤쳐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양국 롯데가 제과 사업에서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면서 일례로 태국에서는 한국산, 중국에서는 일본산 제품의 투입을 늘리는 등 상호 보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옛 현대 그룹처럼 롯데도 그룹 분열의 불씨가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그런 우려는 당분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보도와 관련해 한국 롯데그룹 관계자는 "과거 제과 등 일부 부문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한국과 일본 롯데는 거의 협력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신 회장이 일본 경영까지 맡은 뒤 양국 롯데가 시너지를 내는 차원에서 이번 태국면세점에 함께 진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