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적절…보완책 검토해야"

2015-07-21 16:42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수익성 향상에 기반을 둔 국민연금 체계개편안에 학계 전문가들은 대부분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현재 나온 개편안은 보완장치를 일부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은 서울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에서 '국민연금기금 관리․운용체계 개선방안 정책토론회'를 열고 국민연금기금 체계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는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보사연이 외부 학계 연구진과 함께 진행한 연구 결과로, 사실상 정부의 방안이다. 개편안에는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공사화 ▲기금운용위원회 상설기구화 ▲국민연금심의위원회 위상 격상 등이 담겼다.

전문성을 높이는 쪽으로 조직을 정비해 수익률을 높이자는 것이다. '2013년 제3차 국민연금재정계산'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기금운용 수익률을 연평균 1%포인트 높이는 것은 국민들의 보험료율을 2.5%포인트 인상하는 것과 비슷한 재정안정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개편안은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에 민간전문가를 두고, 가입자가 추천하는 전문가 등으로 위원을 구성해 전문성을 높이자는 방안이다. 상임위원과 사무국을 별도로 두고 상설화한다.

기금운용본부는 따로 떼어내 무자본특수법인 형태의 기금운용공사를 신설한다. 공사 사장은 기금위 위원들의 추천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한다. 공사는 기금운용위원회로부터 조직‧인력‧예산승인, 성과평가 및 보상을 받되, 개별 투자의사결정에 대해서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복안이다.

또한 현행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장관급으로 격상해 '국민연금정책위원회'로 개편한 후 재정추계와 재정목표 수립, 제도 개혁 등의 기능을 부여하자는 내용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의 조성일 교수는 "선진국 연금을 뒤따라가는 뒷북 투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산운용에 특화된 독립법인으로의 공사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지배구조를 효율성을 강조해 민간 전문가 집단으로 재편하는 것을 가정한다면, 하부 집행조직인 기금운용본부 역시 이에 상응해 보다 효율적인 공사 형태의 독립 기구로 재편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공감했다.

연강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SK와 SK C&C,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건에서와 같이 기금운용본부가 일관되고 책임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원칙과 체계를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 강화에 공감을 표했다.

다만 연 교수는 "기금운용위원회와 전문소위원회의 역할 및 책임 문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투자정책과 주주권행사를 기금운용공사와 분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행 서울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은 정치적인 상황에서 계속 기금운용공사의 신설과 독립을 주장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 보다는 차선책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연금운용위원회를 최고기구로 두고 산하에 기금운용위원회를 두자고 제안했다. 

반면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수익성에 기반한 조직개편에 반대 입장을 냈다.

이 위원장은 "보험료와 급여율에 대한 조정,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대책이 아닌 기금 수익으로 재정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은 대중 선동적 구호일 수 있으며, 고위험 추구로 국민연금 장기 재정 안정에 더 위협이 된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국민연금 노동조합도 이와 같은 의견이다.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에 대해선 "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면 금융전문가가 지배하는 공사설립이 아니라, 현 기금운용본부 체계를 유지·강화하면서 기금운용위원에서 가입자 대표의 실질적 참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