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쿠바 외교수장 워싱턴서 회담…'새 시대' 활짝 열어

2015-07-21 10:53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브로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신화통신]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미국과 쿠바가 20일(이하 현지시간) 양국 수도에서 대사관을 다시 개설한 데 이어 워싱턴DC에서 외교 수장 간 공식 회담을 갖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브로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은 이날 오후 미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 국교 정상화 후속조치를 협의했다. 쿠바 외교장관이 미 국무부 청사를 방문한 것은 1958년 이후 처음이다.

회담에서 로드리게스 장관은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와 쿠바 관타나모의 미 해군기지 부지반환 등을 요구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봉쇄의 완전한 해제와 불법으로 점령한 관타나모 부지의 반환, 쿠바 주권에 대한 존중, 쿠바인의 인적·경제적 손해에 대한 보상 등이 국교정상화로 나아가는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케리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는 1962년 취해진 경제제재 조치가 곧 해제되기를 희망한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관타나모 해군기지에 관한 영구임대 조치를 바꿀 생각이 없다"며 반환 요구는 거부했다. 그는 "관타나모 기지 문제는 비록 양국이 정상적 외교관계로 나아가더라도 첨예한 의견 차가 있다"고 덧붙였다.

케리 장관은 쿠바 수도 아바나의 미 대사관에서 국기 게양식을 주재하기 위해 8월14일 쿠바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특히 케리 장관은 "미국은 쿠바 국민 및 정부와 새 관계를 시작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협력을 통해 양국의 이익이 더욱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나라 국교 정상화로 앞으로 2년간 쿠바를 찾는 미국 국민이 300만∼5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여행 관계자들의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의 거대 항공사들은 쿠바 정기 직항 노선 개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더그 파커 아메리칸항공 최고경영자는 이날 성명을 통해 "당국의 허가가 나오면 정기 여객기를 운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델타항공도 애초 쿠바 재취항 시기를 내년 초로 잡았다가 올 가을로 시기를 앞당겨 준비 중이다. 델타항공은 2011∼2012년 애틀랜타와 쿠바의 수도 아바나를 잇는 전세기를 운항했으나 채산성이 떨어져 곧바로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