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부정수급 재정비를 통한 재정지출 효율성 개선 필요

2015-07-21 09:30

 
 

[사진=박노욱]

박노욱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성과평가센터소장

우리나라의 경제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산업연구원, LG 경제연구원 등 대다수 기관이 올해 우리나라의 예상 경제성장률을 당초 3%대에서 2%대로 낮췄다.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메르스 사태 등으로 내수 활력이 저하되고, 그리스 문제가 중첩되면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경제 성장률의 저하는 세수 감소로 연결되고, 정부의 적자 증가로 귀결된다. 특히 올해는 메르스 사태로 인한 추경예산 편성으로 총수입은 4.9조 감소되나 총지출은 9.3조원 증가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도 GDP 대비 37.5%로 증가되어 재정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정부 재정상태의 악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정부 예산을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작업은 부정수급 방지 등을 통한, 정부 재정지출의 누수를 막는 것이며, 한걸음 더 나아가 효과성이 없는 사업은 축소 내지 폐지하고, 불필요하게 유사중복이 있는 사업영역에서는 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지출 절감이 필요하다.

언론에서는 연례적으로 보조금 부정수급 사례가 발표되고 있으며, 복지사업과 중소기업 지원 영역 등 다양한 영역에서는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사업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유사중복사업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의 유사중복 사업들을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의 시선 또한 다르지 않다.㈜한국리서치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6월 중에 진행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51.7%가 정부 예산집행이 비효율적이라고 응답하였다.

특히 국민의 54.8%가 정부 추진 사업의 중복성이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유사중복성이 심각한 분야로는 복지분야, 기업지원 분야 등을 꼽았다. 유사중복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의 성격․대상 등을 고려해 선별적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9%나 되었다. 그리고 유사중복 사업이 통폐합 될 경우 공무원 업무 효율성도 증진되고 예산낭비도 축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50% 이상으로 나타났다.

그 동안 정부는 지속적으로 부정수급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감사 등을 통해 연례적으로 적발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부정수급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재정사업 성과관리제도를 통해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는 재정사업에 대한 지출 축소를 추진해 왔으나, 세출구조조정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유사중복사업 정비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으나, 유사중복 문제는 여전히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범죄 발생율을 제로 상태로 만들 수 없듯이, 부정수급 발생율을 제로로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체계적으로 발생하는 부정수급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을 통해 문제의 원천을 해소하고, 부정수급 행위에 대한 확실한 징벌적 제재를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제도의 미비와 도덕적 해이의 만연으로 인한 부정수급의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한 정책과제이다. 작년 말에 범정부적으로 수립된 보조금 부정수급 방지대책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작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수립 당시 총 600개 유사중복 사업 감축계획을 정부가 발표하고, 현재 유사중복사업 정비작업을 추진 중이다. 국무조정실에서는 분야별 유사중복 사업 발굴 및 정비를 위해 TF도 운영하였다고 한다.

사회보장위원회에서는 상시적으로 복지분야 유사중복 사업을 발굴하고 정비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서는 중소기업 지원사업의 중복 수혜와 유사중복사업 관리를 위해 DB도 구축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이 재정사업의 효과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재정지출 절감을 이루는 성과를 달성하기를 기대한다.

유사중복사업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최소화하고 실효성 있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나 예산당국에서 정책 목표에 따른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한창 내년도 예산안 편성작업이 진행 중이다. 올해 정부는 보조사업 수 감축, 유사중복 사업 통폐합 등 여러 재정개혁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세수부족 등으로 재정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예산이 효율적으로 편성 집행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