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정국] 여야, 말로만 “세수결손”…선심성 비과세·감면 법안 남발

2015-07-19 17:10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만성적인 세수결손을 둘러싼 책임론 공방이 격렬한 상황에서 여야 의원들이 비과세·감면 법안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무더기로 발의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해를 거듭할수록 나라 곳간의 구멍이 커지면서 정치권이 저마다 ‘세출 구조조정’, ‘법인세 인상’ 등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지만, 정작 여야 의원들은 1년도 채 안 남은 20대 총선을 의식해 선심성 법안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경환 경제팀’의 내년도 세법 개정안의 핵심이 대기업·고소득층의 비과세·감면 감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와 정치권이 사실상 엇박자를 내는 셈이다.

◆두 달간 법안 12건 발의…선심성 법안 남발

이날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18일부터 현재까지 발의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은 총 12건이다. 이 중 대기업 연구인력비 세액공제 감축은 1건(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법안은 비과세·감면 기간 연장 및 신설 등의 내용을 담았다. 비과세·감면액의 총비용은 3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뭄 극복을 위한 추경 11조8000억원의 1/4에 육박하는 수치다.

여야별로는 새누리당 6건, 새정치민주연합 6건이었다. 일부 법안(새누리당 박명재·김동완 의원)의 경우 △비용추계서 규칙 요건 미달(연평균 10억원 미만 혹은 한시적 경비로서 총 30억원 미만) △기술적 추계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비용추계서를 첨부하지 않았다.
 

국회 본청. 만성적인 세수결손을 둘러싼 책임론 공방이 격렬한 상황에서 여야 의원들이 비과세·감면 법안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무더기로 발의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법안의 세부내용을 보면, ‘세법 개혁 대상’ 1순위인 면세유 일몰 기한 연장(최규성 새정치연합 의원)을 비롯해 △올해 12월31일로 일몰 종료 예정인 농업·임업·어업용 연안여객선 선박용 석유류에 대한 부가가치세 등 면제 규정 3년 연장(김춘진 새정치연합 의원) 등이다.

◆지난해 일몰폐지 12.5%, 최경환號 직접 나선다

정치권 안팎에선 올해 연말을 기점으로 일몰이 도래하는 다수 법안이 또다시 ‘특례’라는 미명하에 과세공정 대상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에도 일몰 폐지 대상 법안 53개 가운데 7개(12.5%)만이 폐지됐다. 신설된 항목은 6개였다. 폐지된 수치만큼 법의 특례를 신설한 셈이다.

올해 일몰 도래 대상 법안은 지난해 대비 1.5배나 많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2015년 일몰도래 비과세·감면 제도’에 따르면 올해 연말로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 제도는 88개로, 그 규모만 3조8000억원에 달한다.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진제공=청와대]


문제는 정치권이 비과세 감면 조치에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대증요법인 ‘추경 편성’에만 매달릴 경우 ‘세수결손→추경 편성→국채 등 빚 부담 상승’ 등의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점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끝나는 비과세·감면 제도 88개를 손보는 한편, 대기업·고소득층의 비과세·감면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추기로 했다. 올해 전체 기업의 비과세·감면액 10조5000억원 중 중소·중견기업 혜택분(55.8%)을 제외하고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다만 여야가 선심성 법안을 발의하는 상황에서 정부 의지가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업계에선 비과세·감면 조치를 폐지할 경우 증세로 느끼기 때문에 반발이 큰 상황”이라면서도 “만성적인 세수결손으로 비과세·감면 대폭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