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해선 거래소 시감위원장 "시장ㆍ정책 간극 줄일 것"

2015-07-20 08:48
시장 변화에 맞춘 새 감시시스템 도입에 역점
시감위 분리시 해외사례 참고해 독립성 담보

이해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자본시장과 정책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해내고 싶습니다."

이해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20일 아주경제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행정고시 29회 출신인 이 위원장은 산업자원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을 거쳐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역임하고 지난 5월 15일 신임 시감위원장에 취임했다.

부임한 지 두 달 남짓 됐지만 그동안 가격제한폭 확대 실시·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 도입·거래소 지주사 전환 결정 등 크고 작은 이슈가 많았다.

이 위원장은 "시장의 역동성과 복잡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탁상공론이 아닌 시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규제를 해보려 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시장 변화에 발맞춘 새 감시 시스템 도입"

이 위원장이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업무는 시장 변화에 맞춘 새로운 감시 시스템 도입이다.

시감위는 최근 늘어나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일정한 조건에 따라 주식이나 선물, 옵션 거래를 자동으로 이뤄지도록하는 매매 방식)에 맞춰 새로운 적출 기법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전과 동일한 방법으로 규제할 경우 과도한 이상거래 적출로 행정적 낭비와 투자자 불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시장친화적 자율규제를 하려고 한다"며 "이전과 다른 조사 기법과 규제 방법을 개발해 내기 위해 시장의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효율적인 조직운영을 위한 방안도 모색 중이다.

그는 "현재 시감위 시스템과 인력은 세계 어느 시장과 견줘도 손색 없을 만큼 수준급"이라며 "다만 거래소 내 다른 부서와 기능상 중첩된 부분이 있어 이를 효율적으로 바꿔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지난 15일 시행 한 달째를 맞은 가격제한폭 확대 제도에 대해서는 시장에 무난히 안착했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우선주나 소형주 중심으로 가격변동폭이 커지는 현상 외에 다른 문제점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묻지마 투자'식의 행태가 보이면 시장조작세력 개입 여부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감위는 현재 호가와 매매 내역에서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의심되는 18개 종목을 추적 조사 중이다.

7월 초 도입된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에 대해서는 시행 초기인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아직 사례가 없기 때문에 투자자나 감시자 둘 다 문제가 어느 정도 규모로 나타날지 예측이 어렵다"며 "혼란을 줄이기 위해 새 규제에 시장이 적응할 때까지 신중하게 지켜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는 불공정거래행위 적발과 성격은 유사하지만 범위가 더 크다"며 "늘어난 업무 수요에 맞춰 인력 충원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시감위 운영과정 독립성 확보 관건"

이 위원장은 최근 금융위원회가 밝힌 시감위 분리 운영 방안에 대해 "거래소(시장)와 멀어지지 않으면서 운영상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달 초 발표한 거래소 경쟁력 강화방안에서 거래소를 지주사로 전환하고 시장감시 기능은 별도로 분리된 비영리 시장감시법인에 위탁 운영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위원장은 "엄격히 말하면 시감위법인은 거래소 지주사와 같이 일은 하지만 자회사나 관계사 개념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독립성은 지배구조의 문제"라며 "최고경영자(CEO)나 이사 임명, 예산 문제 등을 어떻게 할지 금융위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와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 사례 중에서는 일본의 거래소 시스템을 참고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일본도 지주사 내에 시감위가 하나의 독립법인으로 존재한다"며 "더 연구해 봐야겠지만 현재 단일 거래소 체제인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일본 거래소는 현재 지주사인 일본거래소그룹(JPX) 내에 도쿄증권거래소(TSE), 오사카거래소(OSE), 시감위원회(TSE regulation), 청산결제소 등 4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시감위가 자회사 개념으로 포함돼 있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며 "일본 시감위는 다른 곳에 오픈이 안 돼 있지만 우리는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나 다른 거래소의 시장감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