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시감위원장 공석 장기화? 첫 이사회부터 삐걱

2015-04-08 16:08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공공기관에서 벗어난 한국거래소가 시장감시위원회 위원장을 독립적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정관을 고치려 했으나, 이를 위한 이사회 소집이 불발됐다.

증시 파수꾼 격인 시감위원장을 새로 뽑는 작업이 첫 단추부터 삐걱거려, 3월 말 김도형 전 위원장 사퇴에 따른 공백이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임원 임명을 비롯한 일부 정관변경안을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내부 사정으로 연기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에서 정관을 변경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취소됐다"며 "다음 이사회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당초 거래소는 이사회를 열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랐던 인사절차를 상법 및 자본시장법 체계로 바꿀 계획이었다. 이뿐 아니라 시감위원장 임명에 대해서는 기존 정관에 있는 '금융위원회가 임명한다'는 문구를 삭제하기로 했었다.

현행 정관을 보면 시감위원장은 시감위 추천, 주주총회 결의, 거래소 이사장 제청을 거쳐 금융위에서 임명하도록 돼 있다.

이사회 일정이 미뤄지면서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이 5월 안에 마무리하려 했던 시감위원장 인사도 예정보다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는 정관을 바꿀 때에도 이사회와 주총 결의를 거쳐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주총 소집 시에는 일시와 장소, 회의 목적사항을 2주 전 주주에게 통지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된다.

업계에서는 거래소 정관이 바뀌더라도 새 시감위원장으로 금융위 출신 인사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벗어났지만, 공적인 업무 특성상 관출신 인사가 유력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2014년 6월 임기를 마치고 9개월 동안 유임 상태로 일했던 김도형 전 위원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나면서, 금융위가 내부적으로 후임을 확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었다. 김도형 전 위원장 역시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국장을 지낸 전직 관료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경영지원본부장, 시감위원장은 외부에서 오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공공기관에서 해제되기는 했지만 금융위 영향 아래 있기 때문에 서로 용인하는 부분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