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쓰리썸머나잇’ 손호준 “즉흥적인 연기 스타일, 임원희·김동욱 만나 빛났다”

2015-07-17 14:28

[사진=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배우 손호준(31)은 즉흥적이다. 연기에 있어서도, 실제 성격으로도 “재고 따지기”보다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편이다.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남자. 손호준을 만났다.

영화 ‘쓰리썸머나잇’(감독 김상진·제작 더 램프㈜) 개봉 전날인 14일 아주경제와 만난 손호준은 “생각 없이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해구 역할”에 대해 “나와 닮아 재밌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일상에 지친 세 친구 명석(김동욱), 달수(임원희), 해구(손호준)가 충동적으로 해운대로 떠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사건·사고를 그린 영화다. 극 중 손호준은 갑에게 지치고, 발기부전으로 고민하는 왕해구 역을 맡았다.

“해구가 생각이 디테일한 친구는 아니거든요. 충동적으로 해운대로 떠났고 잠에서 깨고 보니 차가 다 털렸잖아요. 그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친구예요. 그 상황이 웃기면, 충실하게 웃을 줄 아는 녀석이죠. 그런 모습들이 재밌었어요. 저도 그렇게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타입이 아니거든요.”

자신과 닮은 면모를 발견하며, 손호준은 해구 역에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했다. “연기에 있어서도 즉흥적”인 그는 “혼자 계산하는 것보다 상대의 흐름”에 따라 자신을 변형한다.

“어떤 신에 있어서 ‘여기서는 화들짝 놀라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의 반응이 작으면 거기서 혼자 큰 액션을 취할 수 없잖아요. 상황이나 성향, 장소, 그때의 느낌에 따라 약간씩 저를 바꾸는 것 같아요.”

[사진=남궁진웅 timeid@]


유연한 태도는 실제 생활에서도, 그를 가장 “손호준답게” 만들곤 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그는 “타인의 성향을 알기 전까지는 말을 아끼곤 한다”며 “제 말에 상대가 기분이 상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되묻는다.

“배우가 되기 전부터 그런 성격이었던 것 같아요. 기본적인 매너는 지키자는 주의죠. 동생이든 선배든 동료든, 처음 만난 사람끼리 지켜야 할 기본적인 매너가 있어요.”

깍듯하고 반듯한 손호준이지만 “친한 친구들”에 한해서는 한없이 구김살 없고, 때로는 “짓궂기도 한” 보통의 30대 남자다. “‘쓰리썸머나잇’의 배우들과 가까워지기까지의 과정”에 관해 묻자 그는 “남자들은 술”이라며 멋쩍게 웃는다.

“저도 왁자지껄한 편이 아닌 데다가 원희 선배님, 동욱이 형, 윤제문 선배님까지 진중하고 과묵한 성격이라 처음엔 다들 데면데면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다들 술을 즐기시더라고요. 다 같이 술자리를 한 뒤 가까워졌죠.”

평소 술을 즐겨왔던 손호준은 김상진 감독의 “술을 즐기느냐”는 물음에 자신 있게 “좋아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 자신만만한 답변은 윤제문, 임원희, 김동욱과의 술자리 이후 쏙 들어가게 됐다. 그들을 본 뒤 “나는 술을 잘 먹는 게 아니었구나”라고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오히려 임원희 선배는 ‘우리가 술을 그렇게 많이 먹었던가?’라고 되물어보시더라고요(웃음).”

술로 단단해진 ‘남자들의 의리’는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들게 됐다. “실제로도 주고받는 말들에서 시너지 효과를 느낄 정도”인 임원희, 김동욱, 윤제문과의 호흡은 함께 연기할 때 더욱 빛을 발했다.

“각자 개인적인 컷에서는 감독님이 세세하게 디렉션을 주셨는데 셋(임원희, 김동욱, 손호준)이 나오는 장면은 대부분 임원희 선배가 만들어온 스타일에 맞췄어요. 선배 역시 즉흥적인 부분이 많아서 거기에 맞게 반응을 보였던 거죠.”

[사진=남궁진웅 timeid@]


‘쓰리썸머나잇’을 통해 추격전부터, 불쇼, 베드신까지 소화했던 손호준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으로 여장을 꼽았다.

“처음 대본에는 여장 하고 클럽에 들어가는 장면이 없었어요. 그래서 원희 선배나 동욱이 형도 ‘여장?’하고 당황해했죠. 그런데 막상 여장 하고 나니 다들 예쁘게 셀카를 찍는 거예요(웃음). 셋이 모여서 포즈도 취하고, 서로 화장에 대해 평가하기도 하고요. 하이힐을 신는다는 게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즉석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지는 연기와 장면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상대 배우에 대한 신뢰와, 김상진 감독에 대한 믿음 덕분이었다. 손호준은 수차례 김상진 감독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내며 “코미디에 능한 감독님이니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장이나 편집에 대해서도 불만은 없어요. 그냥 감독님을 믿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감독님은 저보다 더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신 분이니까요. 믿고 따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