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대선개입'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파기환송

2015-07-16 15:45
"첨부 파일 증거능력 없어"

대선·정치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심경을 밝히고 있다[김세구 기자]

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대법원이 '대선개입' 혐의를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공직선거법·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에게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한다고 16일 밝혔다. 원 전 원장에 대한 보석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이었던 269개의 트위터 계정이 담긴 국정원 직원의 이메일 첨부 파일에 대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으며 "첨부 파일 내용의 상당 부분이 출처를 명확하기 알기 어려운 단편적인 조악한 형태의 언론기사 일부와 트위터 글이라 정황이 불문명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이 첨부 파일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형사소송법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심과 2심에서도 국정원 직원의 이메일 첨부 파일을 증거로 인정하느냐의 여부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9월 열린 1심은 첨부 파일에 관해 이메일을 쓴 당사자가 법정에서 자신이 작성했음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부정, 직무 범위를 넘어 정치에 관여했다는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반면 올해 2월 2심은 1심보다 방대한 트위터 글을 증거로 인정했으며 국정원 직원의 이메일 첨부 파일을 직접 작성한 정황이 뚜렷하고 매일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에 해당한다고 보고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18대 대선 직전인 2012년 12월 11일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은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 사이트 댓글 작업 등을 통해 여론을 조작하고 정치 활동에 관여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직원들에게 정치·대선에 관한 글을 올리고 댓글 찬반을 표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 지시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정치와 관련된 트위터를 78만여건, 선거와 관련된 트위터를 44만여건을 작성·유포했다고 보고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1심은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1심의 무죄 부분을 뒤집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결, 원 전 원장에 징역 3년의 실형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