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의 정치학] ‘위기대응 vs 경기부양’ 여론전이 승자 결정
2015-07-12 15:58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추경(추가경정예산) 정국의 여론전이 본격화됐다. 역대 4번째로 큰 규모의 정부 추경 예산(11조8000억원)에 맞서 야권이 세입결손 부족분(5조6000억원)의 전액 삭감을 주장하면서 추경 정국의 승자를 향한 여야의 사활을 건 두뇌싸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역대 추경마다 ‘경기활성화의 마중물이냐, 단기부양책의 달콤한 독이냐’의 논쟁이 들끓었던 점을 감안하면, 추경 정국의 최종 승자는 민심이 ‘위기대응 대 경기부양’ 중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여론이 전자에 손을 들어줄 경우 ‘단기전 승부’, 후자 쪽으로 기운다면 ‘장기전 승부’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12일 여야에 따르면 정부의 추경안 11조8000억 중 세입경정은 8조1000억원, 세출확대는 3조7000억원이다. 세입경정의 세부내역은 △세입부족분 보전 5조6000억원 △메르스 대응 및 피해업종 지원 2조5000억원, 세출확대는 △가뭄 및 장마 대책 8000억원 △서민생활안정 1조2000억원 △안전투자 및 지역경제 활성화 1조7000억원 등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다수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포함된 정부 추경안을 ‘내년 총선용’으로 규정하며 단기적 경기부양에 반대하고 있다. 세출 추경 6조2000억원 중 정부가 SOC사업에 배정한 1조5000억원도 삭감 대상이다. 다만 법인세 인상 카드를 ‘플랜 B’로 정한 뒤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변수는 여론전이다. 일단 유리한 쪽은 정부·여당이다. 그리스발(發) 금융 불안과 수출 악재·메르스·가뭄 등 대내외적 악재로 올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가 2%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3.1%에서 2.8%로 낮췄다. 경기불안을 고리로 추경 예산 편성의 당위성이 힘을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2009년 28조 4000억원의 ‘슈퍼 추경’ 예산을 편성했지만, 2010년 6.5%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2년간 ‘3.7%→2.3%’로 급락했다. 2013년 때도 17조3000억원의 추경 편성에도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2.9%→3.3%) 상승하는 데 그쳤다.
또한 예산정책처는 145개 추경 세부사업에 대한 분석 결과 36개 사업에서 45건의 문제점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사업 4건당 1건꼴로 문제가 있는 셈이다.
이 중 16건은 연내에 집행되기 어려운 것으로 지적돼 연내 집행 가능성을 추경의 중요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재정법 관련 조항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계획이나 사전절차 등 사전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 사업도 16건, 실질적인 사업효과가 불확실한 사업은 3건, 중복 지원 가능성이 큰 사업 등 철저한 집행관리가 필요한 사업도 10건에 달했다.
예산정책처는 세입경정에 대해 “특별한 위기상황이 아님에도 대규모 세수결손이 지속되고 이를 보전하기 위한 추경이 반복되는 점은 문제”라며 “국민신뢰 하락과 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 부작용을 해소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여야의 극명한 견해차로 정부의 제시안(오는 20일)은 물론, 여야의 임시 데드라인(23~24일)까지도 최종 합의는 난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