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사업 절반만 '정상' 판정…평가단, 65개 사업 즉시 폐지 권고
2015-07-10 09:34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나랏돈이 한 해에 50조원 가까이 들어가는 국가보조사업 중 절반만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사업은 즉시 없애거나 단계적 폐지·감축, 통폐합 등의 '손질'을 거쳐야 한다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2015년 국고보조사업 운용평가'에 따르면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평가단은 올해 평가 대상에 오른 국고보조사업 1422개 가운데 734개(51.6%)만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국고보조사업 규모는 1819개 사업, 58조4000억원에 달한다.
국고보조금은 2006년 30조원 규모에서 한 해 예산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나다 보니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눈먼 돈'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다른 부처에서 평가를 진행하는 연구·개발(R&D) 분야 국가보조사업과 올해 안에 완료되는 사업 등을 제외한 49조원 규모의 1422개 사업을 대상으로 타당성을 가리는 전수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를 보고 사업 수 10%를 줄이겠다는 나름의 강수를 뒀다.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평가단은 올해 평가 대상으로 분류된 국고보조사업 가운데 734개(51.6%)만이 정상 추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평가단은 이런 분석 결과를 근거로 올해 예산 1213억원을 받아간 국고보조사업 65개를 당장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폐지 대상에는 중소기업청이 진행하는 외국전문인력 지원 사업이 포함됐다.
이 사업은 중소기업의 외국전문인력 채용을 지원하고자 외국인 체재비와 국내 적응 연수 명목으로 22억3000만원의 보조금이 들어갔다.
그러나 지원 인력이 120명으로 극히 제한적이고, 소수 중소기업(98개사)만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단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외국인전문인력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사업 내용이 산업통상자원부의 '해외인력유치지원사업'과 겹친다는 이유를 들어 즉시 폐지를 권고했다.
새만금 국제관광단지 개발사업 등 국고보조금 2833억원이 들어가는 75개 사업은 '단계적 폐지' 판정을 받았다.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 관광 활성화를 위한 상설공연장 운영, 부대행사 개최 명목으로 올해 국고보조금 16억5000만원을 받았다.
보조금 수혜 범위가 특정 지역에 국한돼 있기 때문에 새만금에 민간 기반 시설이 갖춰지기 전까지만 지원해야 한다는 게 평가단의 지적이다.
단계적 감축 대상은 275개(6조7091억원), 통폐합 대상은 71개(1조3337억원)가 선정됐다.
사업방식 변경이 권고된 사업은 202개(8조8763억원)다.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평가를 받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음식 관광산업화 사업'(20억원), 지자체의 부담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국토교통부의 '광역 버스정보시스템(BIS) 지원 사업'(35억원)에 대해서는 단계적 사업규모 감축이 권고됐다.
평가단은 권고안대로 국고보조사업을 폐지·감축할 경우 내년 8000억원, 2017년 이후 1조원 등 모두 1조8000억원의 보조금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병렬 기재부 재정관리총괄과장은 "이번 평가는 민간이나 지자체가 자체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업, 사업 성과나 집행률이 저조한 사업, 관리 비용이 과다한 소규모 사업을 정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평가 결과를 검토해 2016년 예산 편성에 반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