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왜 코스피·코스닥 대신 나스닥을 택했을까
2015-07-08 17:35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삼성그룹 바이오업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코스피나 코스닥 대신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로 하면서 알짜 회사를 해외 거래소에 빼앗길 수밖에 없는 우리 증시와 한국거래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는 최근 "글로벌 상위 바이오 제약사 대부분이 나스닥에 상장돼 있고, 우리도 나스닥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아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장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증시보다는 나스닥행을 택하는 게 최선이라는 얘기다.
실제 나스닥을 주도하는 업종은 제약·바이오다. 송홍익 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 나스닥 시가총액은 7조8000억 달러이고, 이 가운데 제약·바이오가 차지하는 비중만 1조4500억 달러로 약 19%에 이른다"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나스닥에서 제약·바이오는 올해 처음 시총 비중이 가장 높은 섹터로 등극했고, 현재 나스닥 강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스닥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제약·바이오주로는 길리어드사이언스(시총 1760억 달러)나 암젠(1220억 달러), 바이오젠아이덱(97억 달러), 셀진(93억 달러)이 있다.
강선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바이오 분야에서 실적이 없어 해외기업과 협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 회사를 알리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나스닥 상장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경철 SK증권 연구원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나스닥 상장을 위한 공모로 1조6000억~2조원을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나스닥행이 현명한 선택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우리 증시 입장에서 보면 아쉬움이 크다.
금융당국 수장인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 역시 최근 거래소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넥슨이 일본 증시에 상장했을 때 크게 안타까웠다"고 말한 바 있다.
이형주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자기 물건을 어떤 시장에서 거래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기업이 선택할 문제 아니겠냐"며 "다만 우량 회사가 잇달아 해외로 간다는 점은 아쉽다"고 전했다.
거래소도 마찬가지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우리가 지금이라도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 유치에 나설 것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나스닥 상장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점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바이오업체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한다. 제일모직을 모회사(지분 46.3%)로 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을 90% 이상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