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가다]<1> 창조경제혁신센터 현황과 전망
2015-07-08 02:00
이달말까지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 완료…'지역창업 허브'로 조기 착근
창조센터, 지역·대기업·정부가 힘을 합친 지역융합형 창조경제 모델
창조센터, 지역·대기업·정부가 힘을 합친 지역융합형 창조경제 모델
[편집자주] 창조경제 확산의 구심점인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별로 강점을 가진 산업 육성은 물론, 주요 창업·벤처 기업의 성장과 해외 진출 등을 돕는 산업 활성화의 산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운용 현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짚어본다.
아주경제 주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핵심국정과제로 내세운 ‘창조경제’가 어느덧 3년째를 맞았다. 창조경제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하다는 지적도 받았지만, 어느새 창조경제는 우리 경제 체질을 바꾸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3년 2월 25일 취임사에서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의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이라며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선봉장인 창조경제혁신센터(창조센터)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대구, 대전, 광주, 제주 등 전국 13개 지역에 설립돼 기업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혁신의 허브가 되고 있다. 이달 말까지 서울, 인천, 울산에 모두 3개 센터가 추가로 설립될 예정이다.
◇ ‘창업 허브’ 창조센터, 아이디어에서 가치창출까지 원스톱 지원 =
또 온라인 창조경제타운과 연계해 지역 인재의 창의적 아이디어 사업화에서 가치창출까지 창업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창업허브'의 역할도 담당한다.
지역에 근거를 둔 대기업은 각각 담당하고 있는 지역내 창업·벤처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 구체화, 사업모델 및 상품 개발, 판로 확보 및 해외시장 진출 등을 지원한다. 또한, 우수 기술을 직접 매입하거나 해당기업에 지분투자 등을 시행함으로써 전 단계에 걸친 지원을 하고 있다. 지역·대기업·정부가 힘을 합친 지역융합형 창조경제 모델인 셈이다.
창조센터는 특히 금융, 법률, 특허상담 등이 원스톱으로 이뤄져 막 창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신생벤처)들에게 기술개발이나 영업 등 주력업무에만 신경쓸 수 있도록 부가업무를 지원한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패러다임 전환기에 기술의 변화가 경제구조의 근본을 흔들며 큰 흐름을 바꾸어 놓고 있다. 정부의 중요 역할은 국민 개개인의 가능성들이 연결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창조경제타운이라는 온라인 플랫폼과 창조경제혁신센터라고 하는 지역별 거점이 만들어진 만큼 창조경제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가능성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특화 전략
지난 해 9월 삼성그룹(삼성전자)의 대구센터를 시작으로 대전(SK), 전북(효성), 경북센터(삼성)가 잇따라 문을 열었다. 올 들어서는 광주(현대차), 충북(LG), 부산(롯데), 경기(KT), 경남(두산), 강원(네이버), 충남(한화), 전남(GS) 등에 이어 6월 말 제주(다음카카오)와 세종(SK) 등 총 14개 창조센터가 문을 열었고, 서울(CJ), 인천(한진), 울산(현대중공업)이 이달 내 개소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삼성은 대구와 경북센터를 통해 IT, S/W, 섬유 분야의 벤처 창업과 육성을 지원하며, 생산관리 시스템 (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MES), 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 IoT) 기반 생산 공정 자동화, 지능형 초정밀가공, 공정 시뮬레이션 기법 등 첨단 제조 기술 노하우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스마트팩토리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특허존을 만든 LG의 충북센터는 대기업과 출연연의 특허 약 2만9000건을 공개해 창업.중소기업들의 기술을 지원하고 있으며 롯데의 부산센터는 전국 혁신센터 공동의 '혁신상품 인증제'를 시행해 판로개척지원에 나섰다.
핀테크 센터, ICT 융합 신산업을 추진 중인 KT의 경기센터는 전국 혁신센터와 연계한 창조경제 글로벌 진출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롯데의 부산센터는 영화와 유통의 실크로드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중기의 혁신상품들의 판로 개척에 나서고 있고, 기계산업 혁신을 지원하는 두산의 경남센터는 전통 기계산업에 ICT를 융합한 대.중소기업 협력의 '제조업 혁신 3.0'을 선도 중이다. 네이버의 강원센터는 빅데이터산업 육성의 요람으로 통합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한화의 충남센터는 태양광 응용제품의 창업.사업화 허브 역할을 맡았다.
자동차·수소연료전지 특화사업을 맡은 현대차의 광주센터는 ICT 기반 공정 품질 관리 시스템 지원사업인 '스마트팩토리'를 앞세워 지역 중소·벤처 기업 생산공정 혁신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GS의 전남센터는 농수산 벤처 창업.육성의 거점 및 K-푸드 수출의 전진기지를 구축 중이며, 다음카카오의 제주센터는 제주를 문화와 소프트웨어(SW)가 융합된 창조 허브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전국 최초로 민간자율형 창조센터인 포항센터는 포스코의 주도로 에코산업단지, 첨단소재 클러스터 조성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의 울산 센터는 조선해양 분야의 중소·벤처기업들을 육성한다.
SK의 세종 센터는 농업 위주인 지역 특성을 감안, 농업과 ICT를 접목한 ‘스마트팜’을 집중 지원하며, 한진의 인천 센터는 지리적 특성과 연계기업의 강점인 물류를 중심으로 지원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주요 업무는 물류, 항공, 대중국 전진기지로서 중국 진·출입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청년 보부상 ‘인상(仁商)’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CJ의 서울 센터의 경우 융복합 문화 콘텐츠 '기획-제작-유통-재투자'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한류 콘텐츠와 문화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게 목표다.
◇ “창조경제, 경제 체질 바꾸는 게 핵심...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말아야”
전문가들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성공하기 위해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협력은 물론 이들 유관기관과의 유기적인 연계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정부와 기업 모두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창조경제는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라며 "성급하게 성과물을 기대하고 독촉하면 정부든 기업이든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물을 만들기 위한 단기처방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상선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이제 막 출범한 센터가 외형적인 출범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면밀하게 점검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기본 틀이 제대로 갖추어지기 전부터 조급하게 서두를 경우에는 자칫 센터 운영 철학 자체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