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금융시장…하반기 금융빅뱅 온다] 3-1. 바젤Ⅲ·계좌이동제 도입, 은행 부담 가중
2015-07-02 16:35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올해 하반기부터 핀테크 등으로 대표되는 금융권 빅뱅이 예고된 가운데 글로벌 자본규제 강화와 더욱 치열해진 시장 경쟁으로 은행권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 등 새로운 형태의 경쟁자 등장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 내년부터 도입될 바젤Ⅲ에 따른 대비책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또 고객 유입 또는 유출이 쉬워지는 계좌이동제 도입도 오는 9월 부분시행을 거쳐 내년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어서 은행권의 어깨는 갈수록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고객 대이동 시작된다…고객 묶어두기 전쟁
계좌이동제는 기존 주거래은행 계좌를 타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 계좌에 연결돼 있던 각종 이체 항목이 자동으로 이전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공과금 등 주거래은행 계좌에 연결된 각종 출금이체를 타 은행 계좌로 바꾸기 위해서는 일일이 변경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손쉽게 변경할 수 있게 된다. 단계적 시행 방침에 따라 지난 1일부터 각종 출금 이체 내역을 확인하거나 해지하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오는 10월부터는 기존 이체계좌를 타 은행 계좌로 일괄 변경할 수 있게 된다.
은행과 은행 간 이동이 편리해지기 때문에 은행들은 주거래고객을 경쟁사에 뺏기지 않기 위해 사활을 건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계좌이동제 본격 시행 시 이동이 예상되는 자금(수시입출금식 예금) 규모만 약 2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 간 경쟁 속에서 각종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늘어나는 장점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출혈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고객의 이탈은 막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은행 간 경쟁으로 고객 대상 혜택은 대폭 늘어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출혈경쟁으로 인한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은행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젤Ⅲ 규제 추가 강화…자본금 확충 비상
금융당국은 은행의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는 폐지 또는 완화하는 반면 건전성 비율은 국제기준에 맞게 정비하고 있다. 특히 2013년 12월부터 도입돼 매년 단계적으로 강화되는 바젤Ⅲ 규제에 따라 국내 은행들이 쌓아야 하는 자기자본 기준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은행권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은행들에 적용되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최저 수준은 8.0%이지만 바젤Ⅲ 적용에 따라 내년부터 매년 기준이 올라 2019년까지 10.5%를 쌓아야 한다. 여기에 시스템적 주요 은행(D-SIB)으로 선정될 경우 1%포인트의 비율이 추가된다. 이에 따라 국내 34개 은행 및 은행지주사 중 10.5% 또는 11.5%의 BIS비율 기준에 미달하는 곳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에서 제한을 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부진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국내 은행의 BIS비율이 바젤Ⅲ 기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내 은행의 평균 BIS비율은 14%대에 달한다. 따라서 당장 내년 기준인 8.625%를 충족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겠지만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부진이 동시에 발생하게 되면 내년 말 국내 은행의 평균 BIS비율은 10.6%로 3.4%포인트 급락하게 된다. 이 경우 매년 강화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은행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국내 은행들은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코본드는 BIS비율 하락 등 유사 시 투자 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된다는 조건이 붙은 회사채로 평소에는 채권으로 분류돼 자기자본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 각 은행지주사와 은행들이 본격적인 코코본드 발행에 나선 데 이어 올 들어서만 신한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이 코코본드를 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