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 유승민 버티기에 초조해진 친박·靑
2015-07-02 02:07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상황이 변한 게 없고, 드릴 말씀도 없다” (최고중진연석회의 직후 유승민 원내대표)
연일 계속되는 친박(친박근혜)계의 ‘사퇴’ 압박에도 1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추가경정예산(추경) 관련 당정협의에만 불참했을 뿐 “사퇴할 이유를 못 찾겠다. 고민하겠다”고 밝힌 뒤 평소처럼 당무를 수행하고 있다. 앞서 친박계가 요구한 조속한 ‘자진사퇴’ 또는 ‘명예퇴진’ 의사가 현재로선 없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통해 사실상 ‘유승민 찍어내기’에 나섰던 청와대와 이에 동조했던 친박계로서는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연일 계속된 사퇴 압박에도 유 원내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아무리 박 대통령이나 친박계라 해도 자리에서 끌어내릴 강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명분 없이 유 원내대표를 향한 ‘사퇴’ 논쟁이 계속될 경우, 현재 당내에서 수적으로 불리한 친박계와 정권 말기로 접어든 박 대통령은 결국 '집안싸움'만 일으켰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유승민 찍어내기를 위해 내던졌던 '부메랑'이 자신들에게 돌아와 내상만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이날은 그동안 관망세였던 비박(비박근혜)계 중진 의원들이 전격적으로 ‘유승민 구하기’ 목소리를 내면서 친박계와 청와대를 거듭 궁지로 몰았다.
친이(친이명박)계 좌장 격으로 비박계를 대표하는 5선의 이재오 의원은 “유승민 사퇴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소집된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그것(유승민 사퇴)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퇴해서는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회의 직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친박계를 향해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당을 사당화로 끌고 가는 꼴이 된다”며 과유불급이라고 질타했다.
4선인 정병국 의원도 “최고위가 당 문제를 수습해야 하는데 오히려 문제를 키웠다”면서 “우리 모두의 책임인데 한 사람을 희생양 만들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비난에도 친박계는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에 부쳐지는 6일 국회 본회의 날을 유 원내대표 사퇴의 ‘데드라인’으로 잡았다.
친박계 이장우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 “국회법 재의 처리가 매듭되는 시점까지 일단 기다려 볼 생각”이라며 “6일 정도에는 (유 원내대표의) 거취 표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사실상 자진사퇴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 불참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비박계와 정면으로 얼굴을 붉히는 상황을 피하면서 유 원내대표를 향해 6일까지 거취를 정하도록 압박했다는 해석이다.
청와대를 등에 업고 ‘데드라인’을 통보한 친박계와 비박계의 엄호 속에 ‘버티기’ 태세를 견지하고 있는 유 원내대표가 6일을 또 한 번 정면충돌할 지 주목된다.
그 결과가 어떻든 이번 일로 집권여당 내부 갈등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친박계와 박 대통령 뿐만 아니라 여권 전체에 오랫동안 상처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