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경제 성적표…정치권 갈등 '골든타임 놓쳤다

2015-07-01 07:49
연말정산 파동으로 시작 성완종·메르스 잇단 악재…'4대 개혁' 삐걱
연초부터 여야 공방 민생 뒷전…역점 법안 계류 6월 빈손 국회
수출 증가율 '마이너스 행진'…불황형 흑자 수출 경쟁력 타격

[그래픽=미술팀]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올해 상반기 한국경제는 정부와 정치권의 불협화음으로 반목과 갈등이 이어졌다. 정치권은 상반기 마지막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후폭풍으로 잔뜩 움츠러들었고 정부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하반기를 맞게 됐다.

정부는 상반기에 역점을 둔 4대 구조개혁이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서 모든 정책이 삐걱거리는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다. 선거가 없는 해라는 점을 강조해 ‘구조개혁 골든타임’을 외치던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경제성장률 하락을 지켜봐야 했다.

당초 정부는 6월 국회에서 그동안 국회에 계류된 서비스업 활성화와 관광진흥법 등을 해결하겠다는 시나리오를 잡았다. 이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로 인해 무산됐다. 빈손으로 하반기를 맞는 정부의 발걸음이 무거워진 이유다.

◆연말정산 파동부터 첫 단추 잘못 뀄다

지난해 12월 2일 국회는 2015년도 예산안을 통과 시켰다. 12년 만에 법정시한을 지키며 여야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경기부양에 대한 정치권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정부도 43조원 경제정책 패키지를 필두로 확장적 거시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2015년 경제정책 방향’으로 정치권에 화답했다.

그러나 잘 풀릴 것 같았던 흐름은 올해 초 연말정산 파동으로 불안감이 확산됐다. 첫 임시국회인 2월 국회는 연말정산 파동에 대한 여야 책임공방이 이어졌다. 당연히 민생경제 관련 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2월 임시국회 뿐만 아니다. 4월은 성완종 리스트, 6월은 메르스로 인해 정치권은 정상 가동이 어려웠다. 결국 정부의 경제정책은 제대로 시장에 반영되지 못해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박근혜 정부 3년차에 야심차게 꺼낸 노동개혁 역시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 협상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으며 정부는 협상 능력 부족이라는 오명을 썼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제고, 금융 역동성 제고, 인력수급 불일치 완화, 기업형 임대주택시장 활성화, 투자의욕 고취, 가계부채 관리강화 등 새롭게 대두된 리스크 진단을 바탕으로 구조개혁과 활력제고 가속화가 필요하다”고 현 경제상황을 진단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형 흑자’에 허덕

정부와 정치권이 대립각을 세우는 사이 한국경제의 한 축이던 수출전선이 무너졌다. 수출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1분기에 -3.0%, 4월 -8.0%, 5월 -10.9%로 감소 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수출 주력 품목이던 반도체, 자동차 등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부진이 수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엔화 약세는 일본 기업과 경쟁구도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내수가 0%대 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수출전선마저 흔들리는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반면 경상수지는 38개월째 흑자행진이다. 사상 최장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수출 부진으로 ‘불황형 흑자’라는 이상구조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국제수지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 4월 경상수지 흑자는 81억4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71억6000만 달러)보다 13.7% 늘었다. 올 들어 4개월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315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5월에도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10.9%나 줄어 올 들어 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금액뿐만 아니라 물량도 줄고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대부분 감소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장기간 계속된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가치를 끌어올려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실장은 “글로벌 수요 회복 지연, 주력 제조업 경쟁력 약화, 메르스 사태 지속기간 및 전개 방향 등에 향후 경기흐름이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며 “5분기 이상 0%대 성장 등 저성장·저물가 고착화 우려, 미국 통화정책 변화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도 하반기 지켜볼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