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드라마 캐릭터 열전1] 생애 첫 악역 맡은 '화정' 김재원

2015-06-30 00:01

[사진 = 해당 방송 캡처 ]

아주경제 신원선 기자 = "그냥 싸이코패스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배우 김재원이 자신이 맡은 역할 인조에 대한 느낌을 전한 말이다. 

지난 23일 MBC 월화드라마 '화정' 22회에서 질투에 사로잡힌 야심가 능양군으로 첫 등장한 김재원은 광해(차승원)가 있는 궐 앞에서 석고대죄하는 장면으로 시청자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방송에서 능양군은 광해에게 후금과 전쟁 중인 명국에 조선군 파병을 요구하며 "조선은 마땅히 명국에 은혜를 갚아야 한다"며 "광해는 어찌 계속 폭정을 이어가려고 하느냐"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어 군사들에게 붙잡혀 궐 밖으로 끌려나가는 도중에도 "비록 오늘 내쳐질지언정 내일도 모레도 이곳에서 충언할 것이니 언젠가는 밀물이 지나가고 썰물이 올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후 인목대비(신은정)와 정명(이연희)을 찾아가 어릴 적 이이첨(정웅인)과 김개시(김여진)의 계략으로 죽임을 당한 영창대군 이야기를 꺼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으며 광해와 이간질시켰다.

광해에게 악감정을 갖고 있는 인목대비를 이용해, 훗날 인조반정을 일으켜 왕위에 오르는 인조(능양군)를 맞춤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김재원은 사실 이번이 배우 인생 첫 악역이다.

김재원은 2002년 방송된 드라마 '로망스'에서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고등학생 최관우 역에 캐스팅돼 살인미소라는 별명을 얻으며 청춘스타로 자리매김했고, 이후 영화 '내 사랑 싸가지',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등에서 마음 따뜻하고 섬세한 주인공을 연기했다.

여자보다 더 곱고 흰 피부, 사슴같이 큰 눈망울, 서글서글한 미소, 부드럽게 올라간 입꼬리까지 얼굴에 '착한 사람'이라고 적혀있는 것만 같던 김재원이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한 것. 그리고 그의 연기를 접한 대중은 '김재원의 재발견'이라며 호평했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을 통해 쌓아올린 연기 내공과 세월이 만들어낸 표정 주름, 깊이있는 눈빛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능양군을 만들어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능양군도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역모죄로 죽임을 당한 동생 능청군이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던 것. 김재원은 능양군이 왜 악해질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내면의 화가 왜 광해를 향했고, 왕좌를 탐하는지 타당성있게 인물을 그려내고 있다. 

29일 방송된 '화정' 23회에서는 왕좌를 향한 야심을 숨기지 않는 능양군이 도성 곳곳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횃불시위를 진두지휘했다. 특히 능양군의 눈빛은 횃불만큼이나 이글이글 타올랐고, 강렬한 야심을 품은 그와 광해의 한판 대결이 머지않았음을 예상하게 했다.

한편 '화정'은 혼돈의 조선시대 정치판의 여러 군상들이 지닌 권력에 대한 욕망과 이에 대항하여 개인적인 원한을 딛고 연대하는 광해와 정명 그리고 그런 정명이 인조정권하에서 권력과 욕망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매주 월,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