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에 주파수, 결합상품 이어 4이통까지…정치논리에 이통시장 ‘갈지자 행보’

2015-06-29 18:41
정책 미숙+정치 개입에 이통시장 혼란 되려 ‘가중’

[가계 통신비 절감과 시장 안정화를 위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의 잇단 정책들이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리며 오히려 이동통신시장의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단통법 시행 직후 광진테크노마트 상우회 회원들이 ‘단통법 페지’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는 모습. 사진-김세구 기자 k39@aju]



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 정부가 가계 통신비 절감과 시장 안정화를 위해 내놓은 통신 정책들이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의해 매몰되고 있다.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으로 주요 정책들의 혼선이 가중되면서 소비자 권익 보호을 위한 ‘포퓰리즘’의 단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신 정책들이 모두 정치논리에 지나치게 휘둘리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시작으로 결합상품과 규제와 제4이동통신 추진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권익을 위해 내세운 통신 정책이 산업의 선순환이 아닌 ‘포퓰리즘’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단통법의 경우, 시장 안정화라는 당초 목적과는 달리 오히려 고객들의 단말기 구입비 증가를 야기하며 시행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호갱법’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10월 정의당과 참여연대 등이 단통법 개정을 요구하며 장외 투쟁에 나섰으며, 지난 4월에는 판매 현장을 방문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에게 판매점주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700㎒ 주파수 배분 역시 정부가 이통사 할당에서 초고화질(UHD) 방송용이라는 명분으로 지상파 3사 배분을 추진해 공분을 사고 있다. 결합상품 규제 강화 또한 공정적 시장 경쟁 환경 조성이라는 본질적 목표와는 위배되게 소비자 혜택 침혜라는 부작용을 낳으며 정책 신뢰도에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최근에는 ‘요금인가제’ 폐지를 위해 7월부터 법개정을 위한 입법절차를 진행하고 제4이통 출범을 위한 허가신청 및 주파수할당 공고까지 강행한다고 밝히며 업계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제4이통의 경우 이미 경쟁 포화 상태에 달한 통신시장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저가 요금제 중심의 알뜰폰 사업자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면서 후폭풍을 예고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련의 정책적 부작용이 발생한 근본적 이유가 정치권의 과도한 간섭을 정책 부서인 미래부가 주체적으로 차단하지 못해 비롯됐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단통법(조해진 새누리당 의원)과 주파수(미방위), 결합상품 규제 강화(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미래부 주도가 아닌 정치권의 의지가 반영된 정책들이며 비슷한 맥락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동통신비 기본료 폐지(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의원 입법으로 무리하게 추진됐다.

한 전문가는 “해당 법안들의 발의 권한이 행정부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시장 현황과 정책 수행 및 사후 관리를 전담해야 할 미래부의 역할이 지나치게 축소됐다는 점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사회적 문제로까지 떠오른 제4이동통신 또한 가계 통신비 절감을 약속했던 여권의 당면 과제였다는 점에서 사실상 거의 모든 주요 이통정책 및 법안이 정치권의 손아귀에 놓여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이통업계에서는 시장 활성화와 공정 경쟁 유도를 위해서는 ‘포퓰리즘’에 근거한 근시안적 정책보다는 산업 전반의 미래와 지속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이통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단통법으로 인해 이통사 영업이익이 개선됐다고 말하지만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이익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현 정치권이 이통시장을 ‘포퓰리즘’과 영합해 인위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지 않으면 급격한 시장 침체를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