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아영 기자 =늦은 주말 저녁, 무인항공기(이하 '드론')를 지닌 A씨는 우연히 TV를 보다 눈을 의심했다. 위법의 소지가 있는 장면이 버젓이 TV 광고에서 방영되기 때문이다.

A씨는 의문을 품고 드론 커뮤니티에 "이 광고 혹시 불법 아닌가요?"라고 글을 올렸다. 그러자 많은 회원이 기다렸다는 듯 줄줄이 공감하는 댓글을 남겼다.

드론 관련법을 준수하는 회원들은 신규 사용자가 해당 광고를 보고 따라 하다 사고가 나게 될 가능성에 대해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광고 업계에 있는 회원들은 까다로운 심의를 어떻게 통과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원을 넣겠다는 의견도 속출했다.

논란이 된 TV광고는 음식배달앱 '요기요'의 드라마 형식의 광고 '요기요 하우스' 시리즈의 2편과 3편이다. TV광고는 여러 명이 세 들어 사는 일명 '요기요 하우스'에서 집주인 차승원이 배달을 금지하면서 배달 음식을 먹기 위해 벌어지는 일 들을 담았다. 문제 된 장면은 한밤 중에 드론을 이용해 피자를 배달해 준 장면이었다.

 
항공법에 따르면 드론을 야간(일몰 후부터 일출 전까지)에 비행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드론의 야간비행 금지 규정은 '항공법 제23조, 시행규칙 제68조'에 나와 있으며, 1999년 드론의 정의가 항공법에 최초 반영되었을 때부터 적용하고 있고 미국, 유럽 등 외국에서도 야간비행은 금지하고 있다.

해당 규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드론을 야간에 조종할 경우, 주변 장애물을 식별하기 어려워 주간에 조종하는 것에 비해 사람, 건물 등과 충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TV광고가 논란이 된 이유에 대해, 드론 커뮤니티 관계자는 취미로 드론을 사는 사례가 늘면서 자신도 모르게 법을 위반할 우려를 꼽았다.

이 관계자는 "대중화된 드론을 취미로 사용하시는 분들이 문제입니다. 그분들이 관련 법규 일일이 다 찾아서 공부하고 그러지 않습니다." 라며 "그분들의 시각에선, TV에서 야간에 드론이 비행하는 장면을 봤을 땐, 당연히 야간에도 비행이 가능하다는 걸로 오인할 우려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에선 법규위반 장면이 나가고, 보는 시청자들은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추후 본인들도 야간에 비행해도 되는 줄로 알게 됩니다. 잠재적 법규 위반자들을 양산하는 꼴이 됩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한국방송협회 심의부는 제작사의 손을 들어줬다.

심의부 관계자는 "심의 당시 드론 관련 항공법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며 "이를 검토했지만, 해당 광고가 '요기요 하우스'라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한 점, 그리고 해당 광고는 허구의 상황으로써 드라마타이즈 된 광고인 것을 고려해 승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항공법을 위반한 장면인 것은 인지하지만, 업체가 실제로 드론을 사용해 영업한다는 것이 아닌 허구로 이뤄진 상황이라 허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이 장면에 대해 민원이 들어올 경우 내부적으로 검토해 볼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항공촬영전문법인 드론프레스를 운영하는 오승환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도 드론 야간 비행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오 교수는 "밤에 날리지 못하게 돼 있는 가이드 라인은 미국, 프랑스, 일본이 같다" 며 "'작은 것 날리는 데 왜?'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위험한 상황이 다분한 것이 현실이다. 지금 드론은 법제화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하늘에 떠다니는 것은 내려오기 마련이다. 언젠가 추락 위험이 있고 하강할 공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이어 "특히 드론은 오작동과 배터리 소모로 추락하게 되면 바로 사고로 이어진다. LED를 달아도 가시권이 좁아 밤에는 식별이 쉽지 않다" 며 "낮에는 떨어지면 피할 수 있지만, 밤에는 보이지 않아 위험이 따른다.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결론적으로, 요기요 TV광고는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공익성에 어긋나는 상황으로 보인다.

대중화된 드론은 이제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다. '1인 1 드론' 시대도 머지않았다. 방송 장면을 보고 관련법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시청자라면 드론 커뮤니티 관계자의 우려처럼 해당 장면을 따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아무리 연출된 상황일지라도 관련 법규에 대한 준수는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