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미뤄진 메르스 종식…'4대 미스터리' 확인이 관건

2015-06-23 03:32

국민안심병원인 서울 노원구 인제대부속 상계백병원에서 의료진이 병원 출입자의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


①최대 잠복기 지난 후 감염
②'슈퍼 전파자' 후보군 증가
③감염경로 오리무중인 환자
④이송요원 1000명 이상 접촉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지난 20일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데 이어 21일과 22일에는 각각 3명 추가에 그치면서 진정세에 접어들고 있다.

방역 전문가들은 일단 큰 고비는 넘겼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최대 잠복기가 지난 후 나온 감염 사례와 '슈퍼 전파자' 후보군 증가, 감염 경로가 오리무중인 환자 등장 등으로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메르스 잠복기(2~14일)를 훌쩍 넘긴 삼성서울병원에서 꾸준히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위험 요인이다.

22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가 발표한 3명의 추가 감염자 중 171번째 환자(60·여)는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째 환자(35)와 접촉해 메르스에 걸렸다.

최대 잠복기가 10일이나 지나 발생한 확진 사례다. 전날 삼성서울병원에서 '3차 감염'된 의료진에 이어 하루 만에 잠복기와 상관없는 환자가 또 나온 것이다.

보건당국은 14번 환자에게 노출된 사람들의 최대 잠복기가 끝나는 이달 12일 이후에는 추가 감염자가 없을 것으로 예견했다. 그러나 이 병원에서 감염된 환자는 지난 12일 7명, 16일 5명, 18일 1명, 21일 1명 등 계속해서 발생 중이다.

앞서 한림대동탄성신병원과 평택굿모닝병원에서도 최대 잠복기를 각각 4일, 6일 넘긴 확진자가 나왔다. 172번째 환자(61·여) 역시 이달 1일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됐으나 21일이 지나서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이 환자는 보건당국이 바이러스 노출 시점을 잘못 계산해 격리가 해제된 상황에서 확진됐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임시 폐쇄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이 텅 비어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


감염 경로가 불명확한 환자가 있는 점도 문제다. 

평택 경찰관인 119번째 확진자(35)는 지난달 31일 평택박애병원에서 52번째 환자에게서 전파됐다고 보건당국은 설명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둘의 동선은 겹치지 않았다.

166번째 환자(62) 역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5일까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가족을 병간호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정확한 감염 경로는 오리무중이다.

지난 10일 숨진 76번째 환자(75·여)는 이날까지 8명에게 메르스를 옮겼다. 이 때문에 81명에게 메르스를 옮긴 14번째 환자, 30명에게 메르스를 전파한 1번 환자(68), 23명을 감염시킨 16번째 환자(40)에 이어 슈퍼 전파자가 될 전망이다.

삼성서울병원 환자 이송 요원인 137번째 환자(55)도 변수다. 그는 발열과 근육통 등 메르스 증상이 처음 나타난 2일부터 10일까지 76명의 환자를 이송하고, 지하철 2~3호선 등으로 출퇴근하면서 1000명 이상의 사람과 접촉했다.

165번째 환자(79)도 유력 후보다. 혈액투석을 받기 위해 강동경희대병원을 방문한 이 환자는 같은 기간 내원했던 76번 환자에게 메르스가 옮았다.

투석 환자들은 면역력이 낮고, 치료 기간 동안 제한된 공간에서 장시간 함께 있어야 해 추가 감염 우려가 크다. 병원 측은 외래·수술을 중단하고, 이 환자와 접촉했던 97명을 1인실에서 격리·관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방역 전문가는 "큰불은 잡혔고 이제 잔불을 정리하는 단계"라며 "삼성서울병원의 추가 감염자 문제와 또 다른 슈퍼 전파자 차단 등이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