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류승범 “‘나의 절친 악당들’ 시나리오, 살아 있다는 느낌에 출연 결정”
2015-06-22 14:40
임상수 감독의 신작 ‘나의 절친 악당들’은 잘난 척하지 않는 지누(류승범)와 착한 척하지 않는 나미(고준희)가 우연히 발견한 돈가방을 통 크게 나눠 갖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돈가방을 되찾으려는 악당들이 두 사람을 점점 조여 가는 상황에서 지누와 나미는 질주를 시작한다.
류승범, 고준희, 류현경, 샘 오취리, 김응수, 정원중, 양익준, 김형규 등이 호흡을 맞췄으며 김주혁이 특별출연했다.
지난 18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류승범은 지난 2년간 어떤 깨달음을 얻은 모습이었다. 한국을 떠나 프랑스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는 류승범. 복귀작으로 ‘나의 절친 악당들’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하는 류승범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땠나.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고, 이게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화면으로 나온다면 어떨까 상상해봤죠. 임상수 감독님의 색깔이 담겼는데, 글을 읽었을 때 에너지, 힘이 있었어요. 그게 저한테 고스란히 느껴졌죠. 캐릭터들도 살아있었고요. 영화 속 허구의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끌림이 많았죠. 곳곳에 의미를 찾을 수 있었던 시나리오였습니다.
-정확히 무얼 느꼈나.
▶캐릭터들이 상징하는 바가 있었어요. 감독님의 작가적인 시선을 생각할 수 있었죠. 요즘 많이 물질적으로 가고 있잖아요? 돈이라는 소재를 두고 얘기를 하는데 물질에서 벗어난 것들이 얘기하는 바가 있다고 느꼈어요. 감독님이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아닐까 싶었고요.
-임상수 감독이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이라고 느꼈나.
▶가수 짐 모리슨(도어즈 멤버)이 한 얘기가 있어요. ‘인간은 두려움과 싸워 이겨야한다’고요. 인간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죠. 제가 그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두려움이라는 게 있는데, 그 두려움에서 승리하는 사람이냐, 패배하는 사람이냐고 했을 때 저는 승리하고 싶어요. 두려움이야 있죠. 그 두려움을 이기고 싶은 것이죠.
영화를 보면 안에서 두 팀으로 나뉘는데, 젊은 세대는 두려움이 없죠. 대신 가진 것도 없어요. 기득권은 가진 게 많죠. 그래서 두려움이 많은 것이죠. 어떤 물질적인 것들을 가지면 두려움이 생기는건가라는 생각과, 그 반대의 생각을 해봤어요. 없으면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인가? 영화로 그런 것들을 생각해봤어요.
-임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돈’이 차지하는 의미는 남다르다. 어떻게 생각하나.
▶감독님의 시선 중에 존경하는 게 있는데, 영화를 통해 젊은 사람들에게 돈을 줬잖아요. 과연 어떻게 할까? 돈을 쓰는 것이죠. 저도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돈을 왜? 이 영화를 보면 돈은 쓸려고 버는 것 같아요. 그게 감독님 시선으로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읽은 시선은, 가정이 있거나 지켜야하는 게 있다면 ‘돈’은 쓸모가 다른 것으로 쓰이죠. 쓰임이 있어야한다는 것인데, 회장이 ‘그래 너네 가져라’라고 말하잖아요. 빈부격차가 생기는 이유 중에 하나는, 돈은 돌고 돌아야하는데 있는 사람들은 돈을 잠그고 쓰지 않으니까요. 감독님 영화들, 소위 ‘돈’ 시리즈를 보면 돈이 돌고 돈다고 볼 수 있어요. 마스터베이션을 하듯 돈은 나 혼자 만의 기쁨이 아니라 돌고 돌아야 한다고요.
▶영화를 결정하고 한국으로 들어와 처음 뵀어요. 감독님 팬이었죠. 영화를 다 봤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바람난 가족’이 강렬했어요. 처음 감독님을 알게 된 계기는 ‘죽거나 나쁘거나’ 개봉 때 미디어에서 라이벌 구도로 놓은 작품이 임상수 감독님의 ‘눈물’이었죠. 청춘들의 얘기들, 독립영화스러운 것들을 붙인 것인데, 그때 임상수 감독님에 대해 처음 알게 됐어요.
사실 전에는 감독님에 대해 상상하지 않았어요. 영화로 간접적으로 봤을 때는 훨씬 사랑스러울 것 같았죠. 툭 던져보는 말이지만, 감독님은 이 시대에 필요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해요. 영화인으로서, 감독님 영화를 보고 뜨거운 동지애를 느꼈죠.
-임상수 감독은 어떤 스타일인가.
▶감독님을 지켜보면 계속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느껴져요. 옆에서 지켜보면서 같이 생각을 많이 했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어요. 감독님은 생각하는 스타일이시죠.
-해외에서 체류하는 기간이 매우 길다. 느낀 바가 많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베를린에서 6개월, 프랑스에서 1년6개월을 보냈어요. 뉴욕을 가고 싶어 갔지만 금세 포기하고 돌아왔어요. 외국생활에서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변화가 있었죠. 구체적으로 풀어낼 수는 없지만 제 삶에 대한 가치관이 생겼어요. 작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아직도 정립이 아닌, 과정 속에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조금씩 작품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해요.
프랑스에서 느낀 점은 정말 많은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이에요. 하루 24시간은 정말 엄청나게 길죠. 굉장히 뚜렷한 24시간이 존재합니다. 한국에서는 24시간 중에 날아가는 것들도 많죠. 사회적 환경이 다르니까요.
그런 고민을 했어요. 자유롭고 싶다고 여기를 피해 도망을 다닌다고, 자유를 쫓아다닌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내 안의 자유를 찾아야한다고요. 환경이라는 게 정말 중요하죠. 파리에 있다가 사막 같은 곳에서도 지내봤어요. 문명이 없는 곳에서 생활을 하다보면 제가 생각하는 것과 완전히 달라지죠.
-특히 예술의 나라인 프랑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해외 작품 출연 계획은 없는지.
▶영화 출연 제안이 몇 번 있기는 했어요. 그렇지만 제가 불어가 되는 것도 아니고요. 언어를 떠나서 나중에 자연스러운 때가 있으면요. 예술 활동을 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아직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상태죠. 많은 시간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외국에만 있으면 배우 류승범을 원하는 제작사들에게 애로사항이 있을 것 같다.
▶하하. 이메일을 자주 열어보는데, 다 신기하게 연락이 되더라고요.
-그 말은 외국에서 더 생활할 것이라는 건가.
▶아직 못가 본 곳이 많아요. 다 가볼 거에요. 릭 재거(롤링스톤즈 리더)도 일흔이 넘어도 록을 하고 있잖아요. 스피릿이 살아 있는 거죠. 저도 여행을 다니다보니 스피릿이 살아나더라고요.
자유를 즐기는 게 아니라 자유 그 자체인 듯한 류승범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한 인터뷰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