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메르스·비수기 겹치며 공인중개사무소 발길 '뚝'…"전화상담 늘고 사진·동영상 요청도"

2015-06-21 10:00
이달 서울 매매 거래, 지난달 절반으로 줄어…수요 많은 노원·강남 등도 거래 끊겨
다가오는 여름 휴가철 비수기 앞두고 중개업자들 '비상'…"찾는 사람이 없다"
"이달 내 메르스 진전되면 시장 분위기 반전 충분" 긍정적인 전망도 나와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최근 메르스가 확산되며 찾는 사람들이 뚝 끊겼다. [사진=김종호 기자]


아주경제신문 김종호 기자 = "지난 5월 중순까지는 거래가 활발해 비수기가 사라졌다는 말까지 나왔는데, 지금은 메르스 때문에 예년 비수기보다도 더 찾는 사람이 줄었습니다. 공포감이 이렇게 심한데 누가 집을 보러 다니겠어요. 내놓았던 집을 당분간 보여주지 않겠다는 집주인들도 많은 상황입니다."(서울 노원구 중계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올해 들어 활기를 되찾았던 부동산 시장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에 주춤하고 있다. 지난달 여름 비수기에도 크게 줄지 않았던 주택 거래량이 메르스 공포에 이달엔 전달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6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6827건으로 전달(1만2694건) 전체에 비해 절반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일일 거래량으로 따져도 지난달 평균 409건에서 이달에는 341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거래량이 가장 많은 노원구의 매매 거래가 지난달 1169건에서 이달 642건으로 45%(527건)나 떨어졌다. 강남구 역시 같은 기간 806건에서 467건으로 거래가 뚝 끊겼다.

이날 방문한 노원구 상계동 도봉운전면허시험장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에는 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분위기만이 감돌았다. 기자가 머물렀던 30분 동안 사무실의 문을 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해당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계약이 많았는데, 요즘은 비수기도 비수기이지만 메르스 때문에 거래가 뚝 끊겼다"면서 "이달 초까지는 마스크를 쓰고 찾는 분들이 간혹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경우도 아예 없는 데다, 곧 여름 휴가철 비수기가 시작되기에 걱정이 태산이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상계역 주변에 있는 C공인중개사무소 직원도 "메르스에 대한 공포심이 사람들 사이에 크게 퍼지면서 집을 보러 다니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것 같다"며 "직접 방문하기보다는 전화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고, 집 내부 등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요청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학군 수요가 주를 이루는 일부 강남구의 상황 역시 비슷했다. 예년에는 여름 방학을 앞두고 학부모들이 한창 집을 구하러 다닐 시기이지만, 해당 지역 중개업자들은 이달 들어 이 같은 움직임이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도곡동 도곡역 인근 D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많이 나온 삼성서울병원이 근처다보니 지금 이 시기에 집을 보러 돌아다니려는 사람이 많이 없다"면서 "간혹 아이들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문하는 학부모들도 있지만, 집주인이 집을 보여주지 않아 빈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잦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추가 감염자가 크게 줄어들며 메르스 확산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일부 중개업자들은 최근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와 맞물려 부동산 시장이 조만간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내놨다.

선릉역 주변에 위치한 E공인중개사무소 직원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전세난이 여전하고 1%대 초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집을 장만하려는 잠재 수요는 아직 충분하다고 본다"며 "이달 말 정도까지만 메르스 사태가 진전된다면 시장 분위기는 다시 반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