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윤활유사업 거액 인수제안 거절한 이유?

2015-06-18 13:58

[SK이노베이션]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비핵심 자산을 팔고 있는 SK가 윤활유 사업만큼은 거액 인수 제안을 거절해 주목된다.

꾸준히 흑자를 내며 양호한 현금창출을 하고 있는 윤활유 사업의 자산가치가 시장에서 저평가 됐다고 판단한 듯 보여진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제안한 인수금액은 2조5000억여원으로 알려졌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SK루브리컨츠의 총 자산이 2조5000억원을 초과하는 것을 고려하면, 부채를 해결하는 것 외에 경영권프리미엄에 대해서는 보상이 적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SK루브리컨츠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어 자산가치가 훨씬 불어날 가능성도 대두된다.

SK루브리컨츠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사업 기술력을 바탕으로 장밋빛 전망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SK루브리컨츠는 ‘Group Ⅰ’과 ‘Group Ⅱ’ 중심으로 움직이던 윤활기유 시장에서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던 ‘Group Ⅲ’ 고급 윤활기유를 독자기술로 개발했다.

이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수요가 증대되고 연비절감, 고효율의 윤활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고급 윤활유의 주원료가 되는 고급 윤활기유(Group Ⅲ)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SK루브리컨츠는 현재 전 세계 고급 윤활기유 시장점유율 50%를 점하고 있다. 전세계 50여 개국에 고급 윤활기유를 수출하고 있으며 총 판매 중 약 85%가 해외에서 이뤄진다. 국내 윤활유 시장은 포화상태이지만 SK루브리컨츠는 경쟁을 피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렙솔과 합작해 건설한 스페인 윤활기유 공장이 본격 상업생산에 들어가면서 울산, 인도네시아, 스페인 등 3개 공장에서 하루 7만800배럴(연 350만톤)의 윤활기유를 생산, 엑손모빌, 쉘에 이어 전세계 윤활기유 시장 3위, 고급 윤활기유 시장 1위 입지를 굳혔다.

SK루브리컨츠는 또 작년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 그룹인 GM에 자동변속기유에 이어 엔진유까지 연간 약 28만 배럴(GM 생산하는 신차 물량의 45%에 해당)의 윤활유를 공급했으며, 이를 발판으로 자동차 메이커들의 최대 격전지인 북미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는 전기차 대표주자인 테슬라에도 연간 8만 리터의 자동변속기유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는 전기차 3만5000대에 들어가는 양으로 테슬라의 연간 판매대수 3만대를 넘는 수준이다.

1분기 유가하락으로 윤활기유 사업도 주춤했지만 2분기부터는 미국과 유럽 수요가 살아나면서 시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윤활유사업은 정유시설 정제과정의 미전환잔사유를 원료로 활용해 시너지를 고려하면 정유사업과 분리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윤활유 시장은 시황변동이 극심해 윤활기유와 윤활유 제품 사업을 둘다 영위하는 것이 시장 대응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최근 석유산업의 구조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기술 프리미엄이 높은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며 “윤활기유와 넥슬렌(폴리에틸렌 고급제품)이 대표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