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진압 최전선 의료진들의 死鬪

2015-06-19 00:00
-방역장비·병상 부족에도 치료에 혼신

[사진=아주경제DB]


의료진 감염 30명…전체 환자의 20% 달해
대부분 자원…국민들 격려 메시지 잇따라

아주경제 조현미·한지연 기자 = 메르스에 감염된 의료진이 또 나왔다. 방역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다 노출됐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국내 의료진은 환자들이 메르스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그 옆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18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3명의 확진자가 새로 발생해 국내 메르스 환자는 총 165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2명(163번·164번 환자)은 의료진이다. 이로써 메르스에 감염된 의료진은 의사 5명, 간호사 11명 등 모두 30명으로 늘었다. 메르스 환자 5명 가운데 1명이 의료진인 셈이다. 

의료진 감염은 지난달 26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다 감염된 365서울열린의원 원장(5번 환자) 이후 매일 증가하고 있다. 

감염자들의 동선이 경기평택병원(3명), 서울아산병원(1명), 삼성서울병원(9명), 건양대병원(3명), 대청병원(5명), 강동경희대병원(2명) 등으로 이동하면서 이 지역을 거쳐간 의료진의 감염도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건양대병원에서 메르스 환자의 심폐소생술을 하다 감염된 간호사(148번 환자·여·39)는 현장에서 방수성이 떨어지는 D등급 방호복을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의료진 감염이 증가하는 이유는 방역 장비 부족 때문이다. 신종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으려면 치료에 필요한 음압병상·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인공호흡기·방호복 등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하지만 보건의료노조의 21개 지방의료원 실태조사를 보면 음압병상은 14곳, 입원시설은 9곳에만 설치돼 있다. 더구나 18곳 중 9곳의 질적 수준은 기준보다 떨어졌다. 6곳은 장비 수량이 부족했다. 

상황은 열악하지만 환자를 돌보는 데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 결과 24명의 환자들이 메르스를 물리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18일 서울시 보라매병원에서도 퇴원자가 나왔다. 퇴원 환자는 50대 남성으로 4일 메르스 확진 후 이 병원에 입원했다. 당뇨·고혈압·B형감염 등 기저질환이 있고 결핵을 앓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의료진의 도움으로 2주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치료를 담당한 박상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격리병실에서 외롭고 두려운 시간 동안의 치료를 잘 견뎠다"면서 "이 시간에도 메르스와 싸우고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병상의 환자를 위로했다.

메르스 환자 치료를 자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의사 4명과 간호사 50명이 18일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에 있는 메르스 환자들의 치료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다음 날인 19일에는 의사 6명과 간호사 50명이 교대로 진료에 나선다. 삼성서울병원 지원 의료진은 대부분 자원자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메르스를 조기 종식시키기 위해 의료진 지원을 결정했다"면서 "지원 의료진 다수가 스스로 지원한 경우다"고 말했다.

국군간호사관학교 출신의 예비역 간호장교 2명도 메르스 환자 진료를 위해 이날 대구 서구보건소에 투입됐다.

의료진의 사투에 국민들도 속속 힘을 보태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경기도의료원 산하 수원병원에는 최근 의료진을 응원하는 내용의 현수막 4개가 걸리기도 했다.

현수막에는 '힘내세요, 메르스로 고생하시는 당신 곁에 우리가 늘 함께 합니다', '진정 당신이 애국자입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등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