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프랑스의 늪’… 딜레마 빠진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2015-06-17 16:31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취임 후 가장 큰 난제를 만났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STX프랑스 인수를 제안하면서 이를 수용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성립 사장이 STX프랑스 인수에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사장이 최근 크루즈선박을 주력 사업분야로 꼽았기 때문이다.
STX프랑스는 크루즈선과 구축함 등 군함 건조능력을 보유한 조선소다. STX그룹은 지난 2007년 노르웨이 조선사 아커야즈 지분 100%를 약 1조6000억원에 사들인 후, STX유럽을 설립했다.
현재 STX유럽은 STX프랑스 지분 66.66%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 33.34%는 프랑스 정부 소유다. 현재 산업은행은 STX유럽이 보유한 STX프랑스 지분 66.66%를 대우조선해양이 인수해줄 것을 제안한 상태다.
조선업계는 자회사 정리 등 슬림화에 나선 정성립 사장이 적자 덩어리인 STX프랑스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에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STX유럽의 당기순손실은 약 3700억원으로 손실 대부분이 STX프랑스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해온 만큼 주가부양은 제값을 받기 위한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또 CEO교체와도 연관이 깊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고재호 사장의 교체 배경을 두고 주가 부양과 연관이 깊다는 관측을 제기해왔다. 채권단과 원활한 소통으로 제 목소리를 기대했던 것과 달리 산업은행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STX프랑스의 인수에 대해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크루즈선 건조를 통한 경쟁력 확대라곤 하지만 산업은행의 압력이 만만찮은 것 같다”며 “정 사장이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조는 STX프랑스를 인수할 경우 총력투쟁에 나설 것임을 거듭 강조해온 바 있다. 특히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있는데다 조선노조연대 출범 등 노사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질 수 있는 시점인 만큼 이번 정 사장의 결단에 조선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STX프랑스 인수를 제안한 뒤 대우조선해양측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추가로 논의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