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덕에 곳간 불린 日기업, 해외기업 인수·합병 박차

2015-06-16 13:44
지난해 동기간 대비 M&A 건수 20%·금액 60% 급증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적극적 통화완화·엔저 등 경제정책에 힘입어 내실을 다져온 온 일본 기업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공격 경영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 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아베노믹스 덕분에 실적 호조를 보이며 순항 중인 일본 기업들이 풍성해진 곳간을 밑천 삼아 해외 기업 사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16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일본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 지분투자 포함)한 사례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270건으로 총 523억5400만달러(약 58조5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25건에서 20%, 326억6200만달러에서 60.3% 증가한 수치다.

지난 한 해 동안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M&A는 563건, 652억달러로 2013년의 528건, 479억달러보다 건수는 6.6%, 금액은 36.1% 각각 늘었다. 특히 금액 기준 M&A 증가율이 올해 들어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져서 갈수록 일본 기업의 M&A가 활발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에는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인 도쿄해상홀딩스가 “미국 보험사 HCC 인슈어런스를 74억8000만달러(약 8조36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도쿄해상홀딩스는 HCC의 지난달 평균 주가에 35.8%나 웃돈(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78달러의 인수가를 제시하며 강력한 인수 의지를 과시했다.

일본 기업의 한국 기업 M&A 규모도 급증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13억7300만달러(약 1조5338억원·9건)로 작년 같은 기간 9억4100만달러(17건)보다 건수는 줄었지만 금액 기준으로 45.9% 커졌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 집계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이 M&A 때 얹어주는 웃돈은 작년에 주가의 25% 수준에서 올해 1분기에는 46% 수준으로 급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기업이 공격 경영에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해 “일본의 고령화 등으로 내수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기업들이 해외에서 성장성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적극적인 통화완화·엔저 정책 등 아베노믹스의 결과로 현금이 풍부해진 것도 한몫한다”고 설명했다. 작년 말 일본은행 집계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은 2조달러(약 2235조원)에 육박한다.

재일교포 기업인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도 이달 초 한국 온라인쇼핑 사이트 쿠팡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지난 1998년 이후 일본 기업의 한국 기업 투자로는 사상 최대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