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입만 바라보는 정부…하반기 정책방향 여전히 ‘안갯속’

2015-06-16 07:57
정책 발표 10여일 앞두고 깜깜…정부 기능 '올스톱'
온실가스·청년 일자리 대책 등 주요현안 메르스 변수에 뒷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형환 제1차관(오른쪽), 방문규 제2차관과 논의를 하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예정일을 10여일 앞두고 아직도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지속되자 정부로서는 그동안 추진하려던 주요 정책 순위를 전면 수정하는 분위기다. 이달 말 윤곽을 드러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여전히 안갯속 국면이다.

정부는 메르스 변수로 인해 향후 경제정책에 대해 원점(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를 하고 있다. 당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일자리와 유커(중국인 관광객)로 대변됐는데 현재 상황은 이들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히 메르스 변수를 예측하지 못함에 따라 하반기 경제정책을 선듯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메르스에 대한 모든 지휘권이 사실상 청와대로 넘어간 상황에서 정부가 확실한 경제정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게 정부 내부의 설명이다.

메르스 변수는 추경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추경을 하더라도 지금처럼 소비가 가라앉은 분위기에서는 효과가 적을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이 다양한 변수에 대비한 경제정책방향을 수립하는 중인데 아직까지 확정된 내용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정책방향이 나오더라도 발표 직전까지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지나치게 청와대 눈치를 보는 부분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청와대 입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현재 경제 부처 장관 가운데 제 목소리를 낼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도 정부가 청와대에 끌려가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자리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청년 일자리 등 굵직한 하반기 경제정책을 기획재정부와 청와대로 넘긴지 오래다.

환경부 역시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산업 정책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입김에 정책적 소신을 펴기 어려운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달까지 하반기 경제정책 핵심을 꼽히던 청년 일자리는 이미 뒷전으로 밀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현장 방문까지 나서며 분위기를 잡았지만 정책 순위가 밀리는 게 불가피해졌다.

유커 활성화 대책은 오히려 긴박해졌다. 메르스로 인해 유커의 한국관광 유입이 크게 하락하면서 정책 비중은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지금까지 나온 서비스업 활성화나 관광진흥법 만으로는 유커의 마음을 돌리는데 역부족이라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극단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 여러가지 변수를 감안하지 않고 결정될 경우 박근혜 정부의 정책 신뢰도는 회복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노동개혁과 메르스 초기대응 실패 등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수립한 경제정책을 청와대에서 마음에 들어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가 정책안을 내더라도 청와대가 계속 반려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청와대가 정부 정책 방향에 개입하는 수위가 상당하다. 청와대조차도 정부를 불신하는 분위기”라며 “최 부총리가 추경 카드를 머뭇거리는 것도 청와대의 입장 정리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