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극비수사’ 김윤석 “나의 필모그래피 자체가 소신”

2015-06-15 08:30

영화 '극비수사'에서 형사 '공길용' 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배우 김윤석(47)은 매 작품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배역과는 상관없이 관객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킨다.

강한 역할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타짜’(감독 최동훈)에서는 전설적인 타짜 아귀, ‘추격자’(감독 나홍진)에서 엄중호는 전직 형사로 현재는 포주, ‘전우치’(감독 최동훈)에서는 자신이 요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도사 화담, ‘황해’(감독 나홍진)에서의 면가로서는 족발로 여럿을 해치웠다.

‘도둑들’(감독 최동훈)에서는 마카오박을 맡아 희대의 도적을 연기했으며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감독 장준환)의 잔인한 석태가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해무’(감독 심성보)에서의 강선장은 어땠나. 배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밀입국 조선족들을 ‘조용히’ 처리하려는 강선장의 모습을 본 관객들은 간담이 서늘했다.

반면 ‘완득이’(감독 이한)에서는 사람 냄새 나는 선생님 동주로 분해 모두가 원해마지 않는‘워너비 교사’에 등극하기도 했다. ‘쎄시봉’(감독 김현석)에서는 중년의 오근태 역을 맡아 짧지만 굵게, 중년의 멜로를 펼쳤다.

김윤석은 될 만한 영화, 흥행이 어려울 영화를 가리지 않았다. 한 사람의 영화인으로서 '진정으로' 한국영화가 발전하길 바라는 '진정한' 배우다. 무엇보다도 시나리오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18일 개봉을 앞둔 ‘극비수사’(감독 곽경택·제작 제이콘컴퍼니·공동제작 영화사 신세계)도 그러한 김윤석의 소신에 입각해 출연을 결정한 작품이다.
 

영화 '극비수사'에서 형사 '공길용' 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극비수사’는 곽경택 감독이 ‘친구2’ 시나리오 집필 중 취재차 우연히 만나게 된 공길용 형사로부터 유괴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처음 접하면서 구상한 작품이다.

1978년 부산에서 한 아이가 유괴된 후 수사가 시작되고, 아이 부모의 특별 요청으로 담당이 된 공길용(김윤석) 형사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극비 수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도사 김중산(유해진)으로부터 아이가 살아 있으며 보름 째 되는 날 범인으로부터 첫 연락이 온다는 사주풀이를 듣고 아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길용 형사나 김중산 도사 모두 자신의 ‘소신’으로 사건에 임하는 인물이다.

지난 12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김윤석에게 소신이 무엇인지 물었다.

“저는 제 필모그래피가 소신이라고 생각해요. 밝은 얘기도 있지만 어두운 얘기도 있고, 크지만 작은 영화도 있고요. 흥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받은 작품에도 출연했죠. 남들이 뭐라고 하든 제 소신이니까요. 예컨대 ‘추격자’는 정말 신이 났죠. 추적스릴러라는 장르 자체를 유행시킨 게 그 작품이니까요. 저랑 하정우가 주연급으로 발돋움할 때도 아니었어요. 나홍진 감독이 시나리오를 돌렸을 때 다들 안 한다고 했다고 들었죠. 심지어 ‘이건 마니아 영화야. 2만명짜리 영화’라는 소리까지 들렸죠.”
 

영화 '극비수사'에서 형사 '공길용' 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추격자’는 전국에서 507만 1600여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극비수사’는 시나리오부터 김윤석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김윤석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다. 감독이 누구냐는 둘째인데, 사람과 사람의 진심은 통한다고, 대화를 나눠 가장 올바란 방향으로 신(scene)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작품을 선택한다. 좋은 시나리오를 망치는 감독은 극히 적다는 게 김윤석의 소신이다.

“어느 순간 선배가 됐다”는 김윤석은 “제 위치에 있는 배우들이 실험적 작품에 참여를 해야 영화가 다양해집니다. 아무리 허무맹랑한 스토리(판타지 등)가 나오는 곳이 할리우드라고 하지만 ‘보이 후드’나 ‘위플래쉬’ 같은 작품들도 함께 만들기 때문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요. 우리 역시 천만영화도 만들지만 ‘한공주’와 같은 영화도 나와야 관객의 폭도 넓어진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깊은 속을 털어놨다.

제대로 된 형사 역할도 끌렸다.

“형사 역할이라는 게 보통 영화에서 정의로운 일을 하는 게 드물기도 하지만, 영화라는 매체에서의 형사는 뭔가를 꾸미게 되죠. 수트를 입고, 구두를 신고 달리는 모습들이요. 운전 실력은 카레이싱 수준이죠(웃음). 그리고 정말 잘생겼죠? ‘극비수사’는 그런 게 전혀 없잖아요. 면바지에 단화, 수첩을 들고 다니며 수사한 내용을 적는 그런 형사. 모처럼의 형사다운 형사 역할이라 제가 할 만하다 싶었죠.”
 

영화 '극비수사'에서 형사 '공길용' 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그렇게 가장 평범한 형사의 모습, 리얼리티를 구축하고자 한 김윤석은, 그래서 이번 역할이 특히 어려웠다고 했다. “특이한 설정 없이도 특별함을 가져야 했기 때문에 정말 까다로웠어요. 그래서 디테일에 중점을 뒀죠”라며 “형사가 아닌 아버지 공길용의 입장에서도 최대한 리얼리티를 살렸습니다. 저의 평소 모습과 비슷한데, 경상도 남자라고 해서 엄할 것이라는 것은 선입견이에요. 말투가 그래서 그런 것이지 경상도 엄마들도 똑같고요. 대화가 많지 않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다 똑같습니다”라고 회상했다.

김윤석은 ‘극비수사’를 이렇게 묘사했다.

“‘극비수사’는 외적으로 양념을 넣지 않아도 캐릭터와 스토리만으로 긴장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영화입니다. 누군가 평이하다고 얘기한다면 이렇게 답해 주고 싶어요. 물냉면만 전문으로 파는 식당에 와서는 ‘왜 비빔냉면은 없느냐’라고 따지는 격이라고요.”

맞다. 조용하면서도 묵직한, 그 사이를 웃음과 감동으로 무장해 다른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아도 되는 영화가 ‘극비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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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석은 누구인가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김윤석은 1988년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로 배우생활을 시작했다. 무대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가던 그는 1994년 영화 ‘어린 연인’을 통해 단역으로 영화계에 입문, 2006년 ‘타짜’에서 아귀 역을 맡아 대중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특히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대한민국 영화연기대상 남우조연상을 비롯,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조연상 등을 수상하며 영화 팬들과 관계자들의 이목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이후 김윤석은 2008년 ‘추격자’에서 보도방을 운영하는 전직 형사 엄중호 역을 맡아 사실감 있는 연기력과 흥행을 일궈내며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난다. 김윤석은 이 작품을 통해 제45회 대종상을 시작으로 이천춘사대상영화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부일영화상, 청룡영화상, 대한민국영화대상, 대한민국 대학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싹쓸이 하며 주요 영화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그의 흥행 행진은 2009년 ‘거북이 달린다’, ‘전우치’, 2010년 ‘황해’, 2011년 ‘완득이’, 2012년 ‘도둑들’까지 이어졌으며 2013년 ‘남쪽으로 튀어’,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와 2014년 ‘해무’, ‘타짜2’ 등을 통해 더욱 다양하고 자유분방해진 연기력으로 관객들과 평단의 신뢰감을 얻고 있다.

한편 김윤석은 18일 개봉될 ‘극비수사’에서는 사주를 통해 유괴 아동을 찾은 실존 인물인 형사 공길용 역을 맡았다. 간만에 보는 형사다운 형사, 그 리얼함이 관객의 눈을 붙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