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그만 만들어요, 넘치니까

2015-06-15 10:00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언제부터였을까? 음식을 입에 넣자마자 토해 내는 요란스러운 리액션이 현란하게 튕기는 프라이팬과 묘기에 가까운 칼질과 만나 쿡방(cook+방송)이라는 이름으로 방송가를 장악한 것이.

KBS2 '해피투게더-야간매점' 때만 하더라도 분명 프로그램에 첨가되는 조미료 정도였는데 어느새 주 재료로 지위가 격상됐다. 라이프스타일 케이블채널 올리브TV의 프로그램들을 제외하더라도, tvN '삼시세끼' '집밥 백선생', JTBC '냉장고를 부탁해', KBS JOY '한끼의 품격', TV조선 '백년식당', KBS2 '요리인류 키친' 등 쿡방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을 꼽는 데에는 두 손이 부족하다.

"TV만 틀면 쉐프가 나온다"는 말은 이제 과장이 아니다. 요즘 쉐프는 주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글도 가고(SBS '정글의 법칙'), 군대도 간다(MBC '진짜사나이'). 심지어 농사도 짓고(KBS '남자의 자격'), 드라마에도 나온다(tvN '식샤를 합시다', SBS '상류사회').

쿡방이 흥행의 열쇠로 여겨지면서 제작진은 물론 연예인까지 게으르게 흥행공식을 답습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시청률 고전에 빠져 허우적대던 SBS '힐링캠프'와 '스타킹'은 지푸라기로 쿡방을 선택했고, 13일 방송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출연자 5명 중 무려 3명이 콘텐츠로 요리를 택했다.

몇몇은 포화상태를 발 빠르게 감지했지만, 그마저도 해결책은 안일했다. 후발주자 '한끼의 품격'은 격식 파괴니 일반인의 사연이니 하며 새로움을 꾀했지만 외면 받았고 '냉장고를 부탁해'는 수려한 외모와 스펙으로 무장한 새 얼굴, 맹기용 쉐프를 대책으로 내세웠다가 "미디어가 요리사를 만든다" "쉐프라는 용어를 전문성 없이 남발한다"며 혹독하게 비판 받았다.

다른 그릇에 담는다고 다른 요리가 될까? 해결책은 새 얼굴, 포장만 바꾸고 새 것인 척하는 포맷이 아니다. 새로운 아이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