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임영호 코레일 감사..."청렴정신으로 조직문화 개선해야"

2015-06-15 06:00
메르스 사태 확산위해 코레일도 총력전 펼쳐…

박원식 부국장 겸 경제부장 = 인문학적 소양을 통해 조직문화를 바꾸고 직원들의 청렴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기업 감사가 있다. 임영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상임감사위원, 그는 스스로 간서치(看書痴), 즉 책만 보는 바보라고 말했다. 그를 만났다.

지난 달 14일부터 이달 2일까지 7곳의 현장을 돌며 <인문학 청렴특강>을 통해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청렴소양 배양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청렴특강에서 특별히 인문학을 강조하게 된 배경은?

청렴은 구성원의 비위근절이라는 소극적 범위에서 벗어나 내부 고객인 직원, 외부고객인 협력업체, 정책 고객인 오피리언 리더 그리고 대국민 이미지까지 아우르는 으뜸기업 문화 확산을 위한 것이다. 결국 코레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은 청렴이 바탕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배경에는 코레일이 공기업 청렴도 조사에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바꾸려는 의도가 있었다.

그래서 업무의 공정성을 높이고 소통을 통해 조직의 전반적인 문화를 개선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들이 자신의 품성을 성찰해서 스스로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돼 인문학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언제부터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나?

코레일 감사가 되기 이전에 정치권에 있으면서 선거에 5번 출마해 2번의 낙선 경험이 있다. 낙선한 이후 주어진 것은 긴 휴식기였는데, 그 휴식기를 활용해 책읽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처음에는 100권의 책을 선택해 읽었다. 나의 독서법은 1권의 책을 네 번에 걸쳐 읽는 것이다. 처음에는 속독을 통해 전체적인 책의 내용을 숙지하고 두 번째는 정독을 통해 그 깊이를 이해하려고 한다. 세 번째 읽을 때는 밑줄을 그어가며 읽고, 마지막 네 번째는 밑줄 친 부분만 읽는다. 그래서 1권의 책에 담긴 우주를 내 속으로 받아들이는 작업을 꾸준히 했다.

나의 책읽기는 자기만족에 그치지 않고 여러 채널을 통해 남에게 적극 알리는 형태로 진화했다. 내가 읽은 책과 세상을 다른 사람들과의 공유를 통해 함께 하고 싶었던 욕심의 결과였다.

인문학은 무엇이라고 규정하나?

내게 있어 인문학은 인간은 무엇인지, 삶은 무엇인지, 결국 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해답이다. 책읽기를 통해 내가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새로운 길을 추구해나가는 것을 몸에 배게 했다. 그것을 일러 난 ‘책과의 대화’라고 한다.

‘청렴특강’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고 싶다. 특강을 통해 5가지의 길을 강조했는데?

인문학 공부를 통해 청렴으로 나아가는데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덕목 5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는 본질이고 둘째는 성찰, 셋째는 열정, 네 번째는 소통, 다섯 번째 덕목은 배려다.

본질을 이야기할 때는 톨스토이의 <인간은 무엇인가>를 소개했고 성찰의 경우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윌든>을, 열정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의 즐거움>을, 소통은 중국의 고전인 <정관정요>를, 마지막으로 배려는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을 각각 소개했다. 그 책들 속에 있는 많은 이야기를 직원들에게도 나눠주는데 오히려 스스로 그 시간을 통해 힐링이 되는 것을 느꼈다. 직원들의 반응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감명깊게 읽은 책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다. 누군가에게 시간과 정성을 쏟는 만큼 특별한 대상이 된다는 것을 배웠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 대한 애착도 깊다. 이성과 합리를 판단기준으로 하는 행동을 깨부수고 남의 눈치 안보고 감정으로 욕망으로 자기 자신이름으로 자유롭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자유인이지만 자유인으로 살지 못하는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책에 대한 애정은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가 낙선 직후 저를 만나 권한 책이기 때문에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시인 고은 씨의 시를 재발견했다.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무한한 감동을 받고, 시 속에 담긴 웅숭깊은 철학적 사유를 만나면 전율도 일어나기도 한다.

또 신영복 씨의 저서들은 다 일독한 것 같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시작으로 <강의>, 그리고 최근에 나온 <담론>에 이르기까지 그의 책들은 영혼을 파고드는 매력이 있다.

청렴 특강 이외에도 코레일의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다.

코레일은 올해를 제2의 창사 원년으로 선포했다. 운명은 기회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이다. 지속성장이 가능한 우량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먼저 투명하고 청렴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간부급 청렴교육 강화, 부패행위자 one strike out제, 청렴 boom-up을 위한 clean-5 운동, 청렴데이 등을 실시하고 있다. 외부고객에 대해선 조달업무의 투명성 제고를 위하여 업무처리 과정을 문자로 실시간 알려주는 <고객 알리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정책고객에 대하여는 간담회, 직접방문, 청렴 콘텐츠 제공 등 코레일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임영호 코레일 감사는 스스로 '책만 보는 바보'라고 말한다. [사진제공=코레일]]


올해 코레일이 흑자로 전환됐는데 그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사실 철도는 1899년 경인선 개통 이래 116년 동안 제대로 된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다. 이번 흑자 전환은 한마디로 과거와의 결별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요금인상도 안한 상태에서 1034억 원을 달성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CEO의 공이 크다. 소극침주(小隙沈舟)라는 말이 있다. 조금만한 틈 하나가 큰 배를 침몰시킨다는 말인데 최연혜 사장은 작은 일도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최 사장은 세심하고 빈틈없는 실천력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다. 3만 명에 달하는 인원을 업무혁신을 통해 12%를 감축했다. 이를 통한 매출액 대비 인건비의 비중이 60%에서 40%수준으로 낮아졌다. 아울러 고객의 이용 데이터를 분석하여 시간대별로 좌석과 노선에 따라 철도 요금체계를 다양화하는 등 수익구조를 최적화시켰다. 물론 아직 당기순이익 흑자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낙관하고 있다.

최근 나라 전체가 메르스 사태에 휩싸였다. 코레일은 메르스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기차는 전염병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에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고객의 동선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코레일은 5억 원을 투입하여 살균소독제, 마스크를 확보하고 청소인력을 평시 대비 1.5배 증원하여 전국의 주요 역과 열차에서 방역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역 매표창구를 폐쇄형으로 바꾸고 승무원에게 체온계와 장갑을 지급하여 기침하는 승객이 있으면 측정 후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 주고 있다. 역내 맞이방, 의자, 출입문 손잡이, 승차권 자동발매기,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등 취약시설에 2시간 단위로 소독하고 있으며 운행 중인 열차에 청소인력이 수시로 탑승하여 출입문과 화장실 손잡이, 편의 시설 등에 대한 살균소독과 청소를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오랫동안 정치권에 몸담았는데 현재 한국정치는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참 어려운 질문이다. 많은 사가들이 조선시대의 큰 폐해로 붕당정치를 꼽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서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일본을 다녀온 조선통신사가 조정에 보고한 내용은 나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진영의 손익 계산에 따른 정치행태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정치 현실이 그때와 비교해도 별로 나아진 게 없다고 본다. 정치는 나라를 경영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권력의 획득에만 더 치중하여 얕은 수만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된다. 정치지도자는 희망을 주는 사람이 돼야 할 것이다. 정치지도자들이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진영논리에 빠져 싸우는 것을 그만하고 화이부동(和而不同)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즉 국가발전과 민생을 위해 서로의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