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격퇴하려다 ‘이라크 수렁’에 빠진 오바마…전쟁비용만 3조원 지출
2015-06-12 16:26
IS, 하루평균 100억원 들인 연합군 공습에도 1년 새 이라크 수도 턱 밑까지 진군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제2도시 모술 점령으로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드러낸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6월 10일 시리아 북부가 근거지였던 IS는 국경을 넘어 모술을 급습, 이라크 정부군을 격퇴하고 처음으로 이라크 영토를 점령했다. ‘걸프 전쟁’을 치른 아랍의 군사 대국 이라크가 무명(無名)의 테러단체에 주요 도시를 빼앗긴 순간이다.
그 뒤로도 IS는 동·서양인을 막론하고 잔혹한 참수 등을 일삼으며 ‘테러 괴물’로 성장했다. 이에 미국이 국제연합군을 결성해 IS와의 본격적인 전쟁을 선포했지만, 지난 1년 간 국제 연합군의 성적표는 처참했다. IS는 기세가 꺾이기는 커녕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턱 밑까지 세를 확장했다. 반면 미국은 IS와의 전쟁에 3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들였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이 지난 10개월 동안 IS 격퇴를 위해 들인 전쟁 비용은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11일(현지시간) 집계됐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8월 8일 첫 공습을 시작한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 격퇴 전에 들어간 비용이 27억 달러(약 3조 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하루 평균 900만 달러(약 100억 원) 이상이 들어간 셈이다.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간 부문은 공군 작전이다. 국방부가 공개한 구체적인 비용 내역에 따르면 공군 작전에 쓴 비용이 전체의 3분의 2 수준인 18억 달러(2조 2300억 원)에 달한다. 전투와 정찰을 포함한 항공기 운용에 들어간 비용은 하루 500만 달러(55억 5000만 원) 이상이었으며, 특수작전 비용도 10개월 간 200만 달러(22억 2000만 원)가 넘었다.
◆ ‘이라크 블랙홀’에 빠진 오바마, 지상군 투입 압박 직면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IS문제에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후반이 ‘이라크 블랙홀’로 빨려들어가고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0일 IS 수중으로 최근 넘어간 이라크 안바르주의 탈환을 위해 새 군사 훈련소를 이곳에 설치하고 미군 군사고문단 450명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라크 현지 미군 군사고문단 규모는 3500여명으로 늘게 된다.
미국은 지난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이 막대한 손실을 입고도 그 나라 국민으로부터 반감을 샀던 ‘트라우마’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6년 전 이라크와의 ‘깨끗한 단절’을 약속했고, 지상군 투입을 반대해왔다.
그러나 자신이 끝내려고 했던 전쟁으로 집권 후반 다시 빨려 들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지상군마저 다시 이라크로 보내라는 공화당의 압박에 직면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화당은 연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IS 격퇴 전략 부재를 비판하며 지상군 투입을 주장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현재로선 지상군 파견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03∼2011년 미군 3491명이 숨졌던 이라크로 또다시 지상군을 보낼 수 없으며 훈련받은 이라크군이 주도가 돼 IS를 격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인 신병 모집부터 삐걱대며 오바마 대통령의 구상은 뜻대로 풀리지 않고있다. 특히 안바르 지역 서부의 알아사드 공군기지는 최근 3개월간 단 한 명의 이라크 신병도 뽑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