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삼성그룹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분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삼성이 '백기사'인 KCC를 통해 자사주 처분에 나서자 엘리엇은 즉각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11일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자사주 처분을 불법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법적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9일 서울 중앙지법에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한 이후 두 번째 법적 조치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보통주 5.76%를 KCC에 매각키로 제안한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법적인 합병과 관련해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삼성물산과 이사진 및 관계자들의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불법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물산의 자사주가 합병결의안건에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주식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삼성물산과 이사진 및 KCC를 상대로 긴급히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삼성물산은 지난 10일 보유 중인 자사주 899만주를 6742억원에 KCC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KCC는 삼성물산 지분 5.79%를 보유한다. KCC는 지분 인수 목적에 대해 '삼성과의 전략적 제휴'라고 명시했다.

KCC를 백기사로 맞이하며 삼성그룹의 영향력이 미치는 우호 지분은 13.99%에서 19.78%로 늘어난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이 같은 조치에 맞대응 나선 것으로, 자사주 매각 가처분 신청에 대한 '위법성'을 지적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삼성물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자사주 매각은 '적법'했다며 엘리엇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삼성물산 측은 "전날 이사회의 자사주 매각 결의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적법하고 정당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은 자사주 매각에 대한 정당성의 근거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번 자사주 매각 결의는 △사업 다각화 및 시너지 효과 제고 등 당초의 합병 목적을 원활하게 달성하고, △단기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으로부터 회사 및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며, △대규모 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한 것이란 입장이다.

특히 삼성물산은 엘리엇을 '단기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 헤지펀드'라고 지칭하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 지분 9.92%를 가진 국민연금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지만 삼성과 엘리엇의 지분싸움에서 삼성이 좀 더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여부를 결정할 임시 주주총회는 다음 달 17일로 예정돼있다. 이날 주총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안건 외에도 엘리엇이 제안한 정관변경안(현물배당 가능 정관·주주총회 결의로 중간배당 가능 정관)이 상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