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잇단 온라인몰 경쟁… 판매점 '밥그릇 뺏기'

2015-06-10 16:08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이동통신사들이 잇달아 직영 온라인몰 서비스 강화에 나서면서, 고사 위기에 처한 휴대폰 판매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최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온라인몰 소비자를 겨냥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고객 서비스를 지점 및 대리점에 한정하면서, 고객 유치를 통해서만 수익을 내는 판매점의 '밥그릇 뺏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온라인몰 ‘T월드다이렉트’에서 휴대폰을 주문하고 가까운 지점 및 대리점에서 개통하는 ‘지점 픽업 서비스’를 수도권 5개 지점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3분기 내에는 픽업서비스를 전국 주요 대리점으로 확대한다. 여기서 이통사와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닌 판매점은 빠진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판매점은 이통사가 관리할 수 있는 곳이 아니므로 서비스를 해줄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온라인 직영몰인 'U+Shop'에서 고객이 가입하면 월정액 요금의 7% 할인을 제공하는 ‘모바일 다이렉트’ 전용요금제를 내놨다. 이는 오직 LG유플러스 직영 온라인 몰에서만 제공되는 단독 할인 프로그램이다.

온라인몰 소비자 혜택을 늘릴수록 대리점 및 직영점과 판매점 간 상이한 수익구조 탓에 갈등요소로 부각될 공산이 크다.

이통사와 계약을 맺은 대리점은 판매별로 받는 '판매 장려금'과 점포에서 발생한 가입 건의 월 매출 일부인 '관리 수수료'를 제공받는다. 이통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의 경우 수익이 모두 회사에 귀속되기 때문에 적자가 나더라도 운영 가능하다.

그러나 판매점은 대리점과 계약을 통해 판매를 대행하기 때문에 휴대폰 개통을 통한 일회성 단말 수입으로만 운영된다.

이통사 관계자는 "판매점 파이가 줄었다기보단 고객 혜택을 강화한 것"이라며 "최근 판매점의 침체 상황이 임계점에 다다른 이유는 단통법의 여파도 있지만 너무 많은 점포가 시장에 난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판매점 관계자는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 판매점과의 상생은커녕 직영점 혜택 확대로 영세업자들의 폐점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등에 따르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이후 3개월 간 판매점 수가 법 시행 전에 비해 9% 남짓 줄었고,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3만여 개의 판매점 중 20~30%가 폐업 및 부동산매물로 나오고 있다.

특히 주말 개통에 따라 추가로 발생하는 인건비가 점포당 연 1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판매점 경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점과 대리점 간 경쟁력에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요식업, 유통업 등 다른 산업의 중소유통업 상생 사례를 보더라도 골목상권 보호 등으로 전체 시장의 선순환을 꾀하고 있다. 휴대폰 유통도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적극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측은 "이통사 직영점 운영 여부에 대한 근원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통사들도 대기업으로서 동반 상생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위해 스스로 제한을 두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