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사뭇 다른 '홈플러스 매각설'…'올해 새주인' 설득력 얻어 관련 업계 촉각

2015-06-09 00:01
테스코 '노코멘트' 일관에 지쳐가는 직원들

[홈플러스 본사 전경. 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홈플러스 매각설이 또 다시 흘러 나왔다. 4~5년 전부터 매년 빠지지 않고 단골처럼 등장하는 루머다. 

하지만 이번에 제기된 홈플러스 매각설은 과거와 달리 매우 구체적이다. 만성화된 홈플러스 직원들도 반신반의할 정도다. 이 때문에 올해안에 새주인을 맞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8일 홈플러스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로이터통신은 지난 4일 홍콩발 기사에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위기에 빠진 테스코가 60억 달러(약 6조6000억원)에 달하는 한국사업부(홈플러스) 매각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HSBC를 매각 주관사로 고용했다"라고 보도했다.

이 통신사는 특히 주관사 선정은 아시아 자산 매각을 위한 구체적 첫 단계로, 홈플러스 매각이 지난해 취임한 데이브 루이스 테스코 CEO의 최대 작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홈플러스 지분 100% 가지고 있는 영국 테스코는 이날 세계 유통회사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에게 자회사인 홈플러스 매각을 위한 투자안내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빠르면 다음 달(7월) 예비입찰을 시행하고 올해 안에 새 주인을 결정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테스코가 HSBC(홍콩상하이은행) 증권과 영국계 로펌인 프레시필즈, 국내 법무법인인 태평양 등으로 매각자문단을 꾸렸다며 관련 업체들의 실명마저 거론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테스코가 50억 달러 이상의 홈플러스를 매각 또는 기업공개(IPO)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외신 보도가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데스코 본사와 홈플러스의 저조한 성적표 때문이다.

지난 4월 22일(현지시간) 테스코가 공개한 2014년도 실적을 발표했다. 63억8000만 파운드(약 10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1919년 창사 이후 96년 만에 최악의 연간 실적을 냈다. 이로 인해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테스코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으로 강등시키기도 했다.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왼쪽)과 도성환 사장. 사진=아주경제 DB]


홈플러스도 장기 불황과 세월호 참사 여파 등의 악재가 겹쳐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1999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홈플러스의 매각 예상가격은 최소 7조원 이상이다. 지난달 4일 영국 선데이 타임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미국계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이 홈플러스를 40억 파운드(약 6조5561억원)에 인수하겠다고 테스코에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나온 추정치다.

홈플러스 매각이 업계 주요 관심사가 되는 것은 초대형 매물인데다가 단숨에 국내 대형마트의 지각을 변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국내 업체로는 동종업계 1~3위인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있다. 하지만 독과점 논란으로 인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GS25와 GS수퍼마켓 등을 운영하는 GS리테일, 하나로마트를 운영 중인 농협유통 이 외에 이랜드그룹과 현대백화점도 전략적 투자자(SI)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테스코의 중국 지분을 사들인 중국 최대 유통업체 화룬그룹의 '뱅가드(China Resources Vanguard)'도 후보군이다. 

그러나 침체되어 있는 대형마트 사업에 어떤 기업들이 참여하고 실제로 거금을 들여 최종 인수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전년 대비 3.7% 감소한 약 8조9300억원의 매출과 3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같은 이유로 사모펀드들의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칼라일과 MBK파트너스, 어피니티에쿼티 파트너스(AEP), CVC 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아이엠엠 프라이빗에쿼티(IMM PE), 미래에셋 PE 등 8~9개 정도의 국내외 대형 PEF사들이 인수 자문사를 선정하고 시중은행들과 인수 금융 협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방식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테스코는 사모펀드에 홈플러스 전체 사업을 일관 매각하고 사모펀드는 이를 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기타 등 사업군별로 나눠 희망 업체에 재매각할 것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매장별로 나눠 판매할 경우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려서다.

이런 추측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직원들의 사기는 땅으로 떨어지고 있다. 테스코가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홈플러스 관계자들은 "이미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는 과정을 겪은 직원들은 ‘그저 내 일만 하면 그만이다'라며 관심 자체를 두지 않거나 '실제로 바뀌면 내 처지는 어떻게 될까'라며 불안해하는 2가지로 부류로 나눠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차라리 국내 업체가 인수해 고용 승계 등이 이뤄지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좋은 것이 아니냐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